한때는 빛나는 슈퍼루키였다가 지금은 국민역적이 된 배구선수 공은길.
그녀는 V리그 만년 꼴찌팀 주장으로, 그저 하루하루 연명해가는 생계형 공격수다.
그러던 어느 날, 난공불락 1위팀의 구단주와 경기 중 ‘더럽게’ 얽히고 마는데…….
“얼른 정신 차려요. 내 사타구니에 볼은 그만 비비고.”
운이 나빠 망신을 당한 은길이지만 한때의 해프닝이라 생각했다.
그 남자가 파울처럼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것도 공은길의 유일한 골수팬이자 과격한 스토커가 바친 ‘조공’이 되어……!
“공 선수는 나 빨아먹을 준비 됐어요?”
***
“빗장 풀려서 여지 주지 마십시오.”
“네?”
“어제의 공 선수는 너무 쉬워서, 앞뒤로 백 번씩 벗겨 먹을 수도 있었습니다.”
은길이 숟가락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집에 와서 했잖아요, 집에 와서.”
그러자 그가 아아, 하며 느슨하게 웃는다.
“이 집엔 나쁜 새끼가 없습니까? 네 눈엔 개새끼가 안 보여?”
서하현의 눈이 싸늘해졌다.
시정잡배처럼 상스러운 어조가 돌연 튀어나왔음에도 위화감이 없었다.
“허락받는 거 아니고 지금 통보합니다. 앞으로 참견하고 간섭하고, 수틀리면 통제까지 할 겁니다, 공은길 씨 인생에.”
“왜 갑자기……!”
“말했잖아요. 함부로 빈틈 보이지 말라고.”
은길은 여전히 술에 취해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정신도 말짱하고 목소리도 잘만 들리는데, 그가 하는 말은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다.
“구멍만 보이면 어떻게든 더 벌려서 지 생각이든, 좆이든 욱여넣고 싶어 하는 쓰레기들이 많은데, 네가 쉬워 보이니까 이상하게 기분이 개 같잖아.”
“……!”
“그러니까 이 정도 페널티는 공 선수가 감당하세요.”
그는 잘 닦인 유리창처럼 퍽 순진하게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