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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전집 20) 유고(1887년가을-1888년3월)

원칙들과 미리 말하는 숙고들 외

Description:...

니체의 철학적 저작들의 바탕이 되었던 많은 분량의 유고는 그의 출판작들과 서로 보완해주고 해명해주는 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단편적인 소묘들로 남겨진 유고는 그 자체로 생성되어가고, 어느 정도는 통일적인 니체의 사유로서 읽혀야 한다.


이 책은 니체의 성숙한 후기 사유인 '생성의 철학' 또는 생성에 대한 '긍정의 철학'의 내용이 완숙해지는 시기에 씌어진 유고를 모은 KGW Ⅷ의 1∼3권 중 2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니체의 최후의 지적 실존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니체 사유의 정점을 표현하며, 니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필수적인 자료이다.


또한 이 유고들은, 니체의 철학적 사유의 소재일 뿐이었으나 왜곡된 편집으로 태어난 사생아 '권력에의 의지'(=힘에의 의지)에 포함되어 있는 원고로, 오로지 니체 자신만을 위한, "출판할 의도 없이 행해진, 비교할 수 없는 혜안"을 지니고 쓴 글이다.


"나는 독자를 더 이상 고려하지 않는다 : 어떻게 내가 독자를 위해서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나는 나를 기록한다. 나를 위해서"(9[188]). 이 번역본의 유고 단편에 수록되어 있는 니체의 언명이다. 이것은 니체가 독자를 위한 출판작을 선보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사유 일기인 유고에서 치장하지 않은 자신의 얼굴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신의 성숙한 철학을 선보이는 이 시기를 전후해서 씌어진 유고에서 보여주는 그의 치장하지 않은 얼굴은 어떤 모습인가? 이 얼굴의 한 면은 기존의 것에 대한 비판가와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는 이론가의 모습이며, 다른 한 면은 결국 비극적 종말을 맞게 되는 한 철학자가 보여주는 마지막 지적 실존의 모습, 창조의 노력과 창조의 고통이 깃들인 모습이다.


특히 Ⅷ 2 유고글 전체를 니체 스스로 '힘에의 의지'를 위한 자료들로 고찰하여 각각 번호를 매기고 대략 정돈한다는 사실은 그가 철학자의 고유한 과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 즉 그가 이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어느 정도로는 잘 조직되고 정합적인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 싶어한다는 점을.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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