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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197호(2022년 가을)

Description:...

2022년 대선 및 지선을 돌아보는 이번호 특집은 뼈아픈 성찰과 전망을 담은 논쟁적인 글들을 소개한다. ‘대선 이후 촛불의 갈 길’이라는 제목 아래 이남주‧윤영상‧주병기‧김중미가 각각 민주당‧진보정당‧경제‧공동체 영역에서 드러난 정치적 한계를 진단하고 개혁과제를 제시한다. 민주당의 “촛불혁명에 대한 안이하고 자의적인 전유”(이남주, 24면)나 정의당의 “무조건 협력 반대, 단일화 반대라는 아마추어적 접근”(윤영상, 49면) 등 선거 패배의 원인을 다각도로 짚어보며 촛불이 나아가야 할 연합과 협력의 길을 모색한다.

국내외 학자들이 모여 우리의 사상적 자원을 톺아보고 ‘개벽의 한국학’의 가능성을 토론한 ‘대화’란은 그 토론의 열기가 뜨겁다. 문명대전환기를 임하는 우리의 자세와 한국사상의 현재적 의미를 살피는 기획이다. ‘논단’과 ‘현장’에서는 우끄라이나전쟁과 기후위기, 어촌사회, K-방역 등을 주제로 흥미로운 논의가 펼쳐지며, 시인 김지하를 향한 곡진한 추도사 역시 일독을 권한다. 시·소설 신작과 이장욱 작가 인터뷰, 최근 문학작품들에 대한 평론, 문학상 발표 등 문학 부문의 활기도 빛난다.

[특집] 대선 이후 촛불의 갈 길 ----------------------------------------------------------------------

촛불혁명의 진전을 위한 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시도 사이의 치열한 싸움으로 지난 대선과 지선을 치렀다. 정치학자 이남주는 선거결과 자체가 큰 좌절일지라도 그것이 얼마만큼의 좌절이며,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냉정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권교체의 일차적인 원인을 ‘촛불연합의 균열’에서 찾으며, 이 균열에는 지난 5년여간 촛불의 의미를 안일하게 전유하고 반사이익에 기대어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던 민주당의 책임이 작지 않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촛불연합의 재구성을 위해서는 제1야당인 민주당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남주는 다양한 사회·정치 세력들에 개방된 ‘플랫폼 정당’으로서의 민주당의 역할을 제안한다. 강령 개정, 다층적 소통구조 구축, 선거법 개정 등 민주당의 노력이 필요한 영역을 논하며 당 안팎에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주문한다.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의 윤영상은 한국 진보정치의 의미와 역사를 여러 국면에서 살핀다. 2000년대 이후 진보정치의 역동적 변화와 최근까지의 부침을 살피는 과정이 꼼꼼하다. 특히 정의당의 선거 패배 및 위기의 요인을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미숙한 대응”과 ‘정리되지 않은 입장과 메시지’(48~49면)로 꼽으며, 관습과 당위에 빠진 진보정치가 현재의 난관을 타개하려면 연합정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힘있게 전한다.

관료 주도의 경제정책 결정 과정을 압도하는 진보정치‧진보경제의 실력이 필요한 때다. 경제학자 주병기는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었던 지난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여러 지표를 통해 균형감 있게 두루 살핀다. 나아가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며 관료‧재벌의 논리에 힘을 실어줄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내어놓으며,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성장지상주의와 결별하고 선진국 수준에 걸맞게 탈바꿈해야 함을 역설한다.

오랜 기간 가난한 이들의 곁에서 활동해온 소설가 김중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부방과 공동체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지난 선거를 평가한다. 정치권에서 마치 수사처럼 앞세워지는 ‘청년세대’라는 말 속에 배제된 실제 청년들의 삶과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생생하게 전해지며,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 돌봄’의 그물망에 참여하고 그것을 확장하는 경험 속에서 움트는 희망의 싹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대화] 새로운 한국학과 개벽이라는 화두 ------------------------------------------------------------

팬데믹, 기후위기, 전쟁 등 자본주의 문명의 위기적 징후가 팽배하다. 이번호 대화는 이러한 문명대전환의 시기에 한국학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렸다. 역사학자 백영서의 사회로 정치학자 김성문, 철학자 백민정, 미시간대 한국학센터장 유영주가 참여해 한류 열풍 등 한국의 역동적인 문화 역량을 평가하고, 국내외 한국학이 직면한 과제를 점검하며, 새로운 한국학의 필요성을 구체화한다. 특히 새로운 한국학을 구성할 동력으로 ‘개벽’에 주목해, 한국의 토착적 사상을 오늘날에 되살려 문명대전환에 임하고자 하는 시각이 종요롭다. 한국학의 과제를 진단하는 논의에서 출발해 어느새 개벽과 촛불 민주주의까지 아우르며 확장해나가는 토론의 활기를, 그리고 그 활기에 내재된 한국의 사상적 흐름과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논단ㆍ현장 --------------------------------------------------------------------------------------------

논단에는 두편의 글이 실렸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시인 김지하의 죽음을 추도하면서 시인의 가까운 옆자리에서 관찰할 수 있었고, 눈 밝은 평자로서 길어올릴 수 있었던 그의 삶과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시인의 삶이 통과한 고난은 물론 곡진한 추도사의 품격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사회학자 조형근은 ‘K-방역의 그늘’을 살피는 일을 통해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모순들을 드러낸다. K-방역 성공 서사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지점을 찾아 자세히 들여다보는 과정은 우리 사회에 내재한 혐오 정동과 권위주의에 대한 은밀한 동경 등을 파헤치는 순간과 만난다.

현장란 네이오미 클라인의 글은 우끄라이나전쟁과 기후위기라는 사태가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그 근간에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과 이상화된 과거에 집착하는 우익들, 지구 자원을 마음껏 추출해서 쓰는 추출주의적 사고 등의 결합이 있다고 말한다. 클라인은 우리가 전시 수준의 긴급성과 행동성을 바탕으로 녹색변혁의 실천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도자연생태연구소 김경원·박선영은 ‘지속 가능한 환경과 책임수산물 생산을 위한 국제인증 활동’을 중심으로 어촌의 실태부터 대안까지 생동감 있게 논한다. 바다 생태계의 건강함과 ‘의식있는 연안 주민의 삶’이 서로 어떻게 상호 의존하는지, 우리 모두 경청할 대목이다.

창작: 시ㆍ소설 --------------------------------------------------------------------------------------

창작란에서는 시란에 신인시인상 수상자 김상희를 비롯하여 권덕하 권창섭 김승희 박준 송승언 송재학 안미린 여세실 원성은 조온윤 조용미 함순례까지 13인의 개성적인 목소리를 담았다. 소설란은 이주혜의 장편소설이 세번째 연재를 선보이는 가운데 김정아 정선임 최은영의 공들인 신작 단편과 신인소설상 수상자 주영하의 작품이 독자들을 반긴다.

작가조명ㆍ문학평론 -----------------------------------------------------------------------------------

작가조명란에서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하며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 이장욱을 동료 소설가 김성중이 만나 조명한다. 네번째 소설집 『트로츠키와 야생란』을 꼼꼼히 읽으며 두 작가가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이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치있으면서 진지해 눈을 떼기 어렵다.

문학평론란에서는 최근의 시와 소설에 대한 두편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장은영은 강지혜 이근화 김선우의 시를 중심으로 최근 한국 시단의 작품들이 “돌봄을 공적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평등의 문제를 사유하며, 정치적 권력을 나누는 꼬뮌을 이야기하는”(411면) 방식을 흥미롭게 제시한다. 김요섭은 한국현대사를 다룬 소설들에서 나타난 고백의 문제에 집중해 정미경 최은영 강화길 한정현의 작품을 일별한다. ‘듣기’를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연대의 감각과 더 나은 삶에 대한 탐색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문학초점ㆍ산문ㆍ촌평 ------------------------------------------------------------------------------

문학초점란에서는 신용목 시인의 진행으로 출판사 다다서재의 김남희 편집장과 최진석 문학평론가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책과 긴밀히 연관된 작업을 해온 만큼 진솔하고도 심도있는 대화가 이어진다.

산문란의 연속기획 ‘내가 사는 곳’은 세번째 글로 김해자 시인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시인이 거주하는 천안 광덕산 아래서 땅에 발붙이고 함께 어울려 사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갈한 나물 밥상을 받아든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촌평란에서 좋은 책과 좋은 글을 소개하는 기쁨은 한결같다. 이번호는 학술서부터 만화까지 여느 때보다 다양한 분야의 12권에 대한 서평을 실었다. 시험능력주의, 온라인 극우와 미국사회, 한국 대중음악 그리고 패션과 동아시아의 근대 등 다양한 문제의식과 새로운 사유를 접할 수 있다.

문학상 발표 -----------------------------------------------------------------------------------------

제40회 신동엽문학상은 최지인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정성숙 소설집 『호미』, 김요섭 평론 「피 흘리는 거울: 군사주의와 피해의 남성성」에 돌아갔다. 2022 창비신인문학상의 심사평과 수상자 김상희(시), 유영하(소설)의 수상소감도 실렸다. 아울러 제37회 만해문학상의 최종심 대상작 목록과 심사평도 이어진다. 만해문학상 수상작은 본지 겨울호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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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머리에] 민생이라는 말의 참뜻 / 송종원

[특집] 대선 이후 촛불의 갈 길

이남주 / 촛불혁명, 촛불연합 그리고 민주당

윤영상 / 위기에 빠진 진보정치: 역사적 평가와 재구성의 길

주병기 /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성장지상주의를 넘어 정의로운 전환의 길로

김중미 / ‘서로 돌봄’의 그물망이 희망이 된다

[대화]

김성문 백민정 백영서 유영주 / 새로운 한국학과 개벽이라는 화두

[시]

권덕하 / 먼지 외

권창섭 / 오, 안다 비전, 모른다 외

김승희 / 이 뜨거운 시 외

박 준 / 일요일 일요일 밤에 외

송승언 / 깃발 든 사람 외

송재학 / 꿈이니까 아프진 않지만 외

안미린 / 영원 해변 외

여세실 / 가속 외

원성은 / 적록색맹 외

조온윤 / 생각하는 문진 외

조용미 / 초록의 어두운 부분 외

함순례 / 수박 돛대 외

김상희 / 말하는 희망 외 (창비신인시인상 수상작)

[소설]

김정아 / 유니크한 오브제

정선임 / 몰려오는 것들

최은영 / 파종

주영하 / 굴과 모래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

이주혜 /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장편연재 3)

[논단]

염무웅 / 시인 김지하가 이룬 것과 남긴 것들

조형근 / K-방역의 그늘에서: 개입에 대해 개입하기

[현장]

네이오미 클라인 / 유독성 향수(鄕愁)에 빠져 있는 뿌찐과 트럼프, 그리고 트럭 시위자들(김루시아 옮김)

김경원‧박선영 / 지속 가능한 환경, 책임수산물 생산과 어촌사회

[문학평론]

장은영 / 돌봄의 상상력과 평등의 꼬뮌: 강지혜 이근화 김선우 시를 중심으로

김요섭 / 오래된 기억과 듣는 사람들

[작가조명] 이장욱 소설집 『트로츠키와 야생란』

김성중 / 나무늘보의 치열함

[문학초점] 이 계절에 주목할 신간들 / 김남희 신용목 최진석

[산문] 김해자 / 넓을 광(廣), 큰 덕(德)에 산다 (내가 사는 곳 3)

[촌평]

곽영신 / 김동춘 『시험능력주의』

최태섭 / 앤절라 네이글 『인싸를 죽여라』

김연화 / 씨 『라듐 걸스』

이정훈 / 브래디 미카코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김양선 / 손지연 엮음 『전후 동아시아 여성서사는 어떻게 만날까』

허윤 / 변경희·아이다 유웬 웡 엮음 『패션, 근대를 만나다』

이현정 / 김은정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최경호 / 문수현 『주택, 시장보다 국가』

임정균 / 존 카디너 『미움받는 식물들』

박여선 / 압둘라자크 구르나 『바닷가에서』

조일동 / 신현준·최지선·김학선 『한국 팝의 고고학』

이종구 / 강순전 편집 『현대 영미 철학에서 헤겔로의 귀환』 외

제40회 신동엽문학상 발표

2022 창비신인문학상 발표

제37회 만해문학상 최종심 대상작 발표

창비의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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