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Description:... 이 책은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라는 시민운동을 준비하면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 국가보안법 박물관이 만들어진다면,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목소리들을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책의 글쓴이들(홍세미, 이호연, 유해정, 박희정, 강곤)과 사진가(정택용)는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현장에서 기록 활동을 펼쳤던 이들이다. 용산참사, 밀양송전탑, 형제복지원, 세월호참사, 비정규직 투쟁, 고공농성 등 한국 사회의 모순이 폭발할 때마다 현장으로 달려가 기록을 남겼다. 그들이 이번에는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프로젝트와 만났다.
이 책에 담긴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1970년대 대학생이었던 이들부터 이제 막 40대에 이른 이들까지 다양하다. 1980년대 5공화국 시절부터 최근 10년도 안 된 사건의 피해 당사자이거나 관계자들이다. 국가보안법 투쟁의 산증인이자 언제나 최전선에 섰던 민가협 어머니들부터 탈북민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를 망라한다. 국가보안법과 맞닥뜨렸을 때 이들은 보통의 어머니였고, 아내였고, 기자였고, 운동권 대학생이었고, 시의원이었고, 북한이탈주민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들은 국가보안법과 마주하면서 큰 고통을 겪긴 했지만. 피해자에서 정치적 주체로 거듭나기도 했다.
왜 국가보안법 역사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한국 민주화운동 역사에서 여성들의 공헌은 대단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성들 중심으로 소개되어왔다. 국가보안법의 피해와 저항의 역사에서도 여성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남편이나 아들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도 그 뒤에서 ‘옥바라지’를 하고, 구속자 석방 운동을 한 여성들의 존재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같은 국가보안법 피해 당사자이지만 여성보다 남성이 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은 건 사실이다. 곧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었던 피해와 저항의 경험들, 그 질곡들은 질문되지 않았다. 어쩌면 여성들이야말로 말의 세계에서 배제되고 감금된 이들이지 않을까? 이제 늘 조연의 자리에서 질문받던 여성들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주연과 조연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고, 그 기준을 다시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놓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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