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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죽음

미래의 문학 09

Description:... ■ 작품 소개

치명적 바이러스의 창궐, 거짓말하는 정부, 무너진 사회 규범
인류의 오만함과 서양 우월주의를 꼬집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걸작!

현대문학-폴라북스의 과학소설 브랜드 ‘미래의 문학’은 문학사적인 의의뿐만 아니라 작품 본연의 재미에도 충실한 해외 걸작을 소개하고 있다. 미래의 문학 아홉 번째 도서는 존 윈덤의 『트리피드의 날』(미래의 문학07)과 함께 영국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존 크리스토퍼의 『풀의 죽음』(1956)이다. 볏과 식물(쌀, 밀, 호밀 등)을 공격하는 ‘충리 바이러스’로 인해 일어난 세계적인 기근에 영국 사회가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작품이 발표된 1950년대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하고 유례없는 경제 성장기를 맞아 영국인들의 자긍심이 높던 시기였다. 가상의 사건이지만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는 대신 국민을 속이는 데 급급한 영국 정부, 생존을 위해 ‘영국인다운’ 고상함을 기꺼이 포기한 중산층, 무법지대로 변한 잉글랜드의 모습은 영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풀의 죽음』은 영국인의 풍족한 삶이 자연과 세계 여러 국가의 희생에 의존하고 있음을 꼬집고, 먹고사는 문제가 충족되지 않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야만 상태로 전락하는지 보여주었다.
작가 존 크리스토퍼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렸을 때 우리가 지금의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대재앙 이후에도 사회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 묻는다. 『풀의 죽음』은 생존을 위해 문명의 겉치장을 쉽게 벗어던진 사회를 그린 섬뜩한 심리 스릴러이자, 환경 파괴로 인한 자연의 복수를 일찍이 경고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걸작이다. 1957년 존 크리스토퍼는 이 작품으로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함께 국제환상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 작품 내용

한 명의 훌륭한 인간으로 남아 굶어 죽을 것인가
짐승의 무리가 되어 하루를 더 살 것인가
대재앙 이후의 생존법에 대한 거대한 사고실험

『풀의 죽음』은 도시와 문명사회의 파괴 이후 인간이 보일 수 있는 행동에 대해 냉정한 태도로 ‘시뮬레이션’ 한다. 영국 정부는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바이러스가 소멸하기를 기다리며 가짜 뉴스로 사람들을 안심시키지만, 영국까지 질병이 확산되자 태도가 돌변하여 계엄을 선포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인구수를 강제적으로 줄이기 위해 주요 도시에 핵폭탄 사용을 계획하고, 뜻대로 되지 않자 왕족과 부자, 정치인 들만 안전한 나라로 몰래 피신한다. 국가가 국민을 버린 상황에서 영국인들은 기존의 사회 규범과 도덕을 지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개인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장하고 무리를 지어 행동한다.
가족의 안전을 위해 몰래 런던을 탈출한 존 커스턴스와 친구 로저, 폭력과 살인을 마다하지 않는 무법자 피리를 비난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평화로운 시대에는 누구보다도 모범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안전한 곳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잉글랜드 북서부로 향하는 일행의 여정은 영국 근대문학의 선구인 존 버니언의 소설 『천로역정』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천로역정』의 주인공이 ‘하늘의 도시’로 향하는 여정에서 구원을 얻는 것과 달리, 『풀의 죽음』 속 존 커스턴스는 형의 농장으로 가는 길에 기존의 가치관을 버리고 혹독한 자연과 투쟁하던 시절의 인간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생존을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행동이다. 존 크리스토퍼는 인간이 문명인다운 모습으로 선량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안정되고 신뢰 가능한 사회에서만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구성원의 존엄을 보호하는 것 또한 국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전염병, 환경 파괴, 식량 부족의 시대
인류가 새겨들어야 할 지구의 목소리

『풀의 죽음』은 ‘먹을 것이 사라진’ 세상에 대한 상상에서 시작한다.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식량이 줄어들자 엄청난 수의 동물과 인간이 굶주림으로 죽어나간다. 치료법을 금방 찾을 거라던 과학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해 세계를 초토화시킨다. 작가 존 크리스토퍼는 1950년대에 이미 자연을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고 과학 기술의 발달로도 해결할 수 없는 미래 문제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영국인의 안이한 현실 인식과 이기주의를 건조하고 냉소적인 어조로 비판했다.
작가 겸 평론가인 로버트 맥팔레인은 2009년 재간된 『풀의 죽음』 서문에서, 존 크리스토퍼가 『파리대왕』(1954)의 작가 윌리엄 골딩처럼 “19세기 제국주의의 끈질긴 유산인 감상적인 발상” 즉 “영국 예외주의”에 깊은 의구심을 품고 있었음을 언급한다. 또한 이 책이 “전염병의 시대”를 사는 인류가 “곡식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곤란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 책, 환경 파괴와 내성을 갖춘 세균과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의 등장이 상상이 아닌 실재하는 위협이 될 것임을 “섬뜩하리만치 정확하게 예견한 과학소설”이라고 극찬했다.
작품이 발표된 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인류는 70억 인구가 12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보유한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하루 6만 명이 기아로 사망하는 최악의 식량 부족 시대를 겪는 중이다. 또한 이상 기후로 인한 생태계 파괴, 동식물의 멸종 등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풀의 죽음』이 ‘미래의 문학’으로 기능하는 것은, 우리가 지난 세기의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줄거리

1950년대, 세계는 볏과 식물을 공격해 괴사시키는 ‘충리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식량 부족으로 인해 중국, 인도, 미얀마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대기근으로 수억에 달하는 인구가 죽음에 이르지만,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은 자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바이러스 치료와 식량 보유고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유럽에 상륙하자 그 모든 게 거짓임이 드러나고, 정부를 믿었던 영국인들은 더 큰 혼란에 빠진다. 식량 조절과 소요 사태 진압을 위해 계엄을 선포하는 영국 정부. 존 커스턴스는 런던 봉쇄 직전, 친구 로저와 함께 가족을 데리고 도시를 탈출해 형 데이비드가 기다리는 안전한 북서부로 향한다.

■ 이 책을 향한 찬사

미래의 격변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한 거대한 사고실험. 시대에 앞서 위험을 경고한, 뛰어난 선견지명을 갖춘 작품
_로버트 맥팔레인(작가)

동시대 여러 훌륭한 책들이 비슷한 소재를 다루었지만, 나는 『풀의 죽음』이 그중에서도 특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_브라이언 올디스(작가)

눈을 뗄 수 없다. 대재앙을 다룬 모든 소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책
_파이낸셜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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