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속이며 돈을 버는 것이오?”
미간에 좁고 깊은 주름이 들어차는 동시에 그 아래 자리한 긴 눈매에도 혐오의 빛이 퍼졌다. 그러자 그 노골적인 표정에 반발하듯 이연의 눈썹이 솟아 올라갔다.
“속이다니요? 제가 무엇을 속였습니까?”
“집주인과 짜고 모호한 말로 사람들을 갈취하는 것 아니오?”
“갈취요? 제가 주인도 아니고 소개인도 아닌데 무슨 억집니까? 그리고 제가 부당한 금액을 요구했습니까, 아니면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였습니까? 정당하게 돈을 받고 일을 해 줄 뿐인데 어찌 함부로 사람을 모함하십니까?”
“발뺌해도 소용없소. 함께 작당하여 위약금이나 뜯어내려는 수작이겠지.”
“하!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분이시군요. 저는 모르는 일이니 따지고 싶으시면 주인이든 소개인이든 그 사람을 찾아가 따지시지요!”
이를 악물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이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내 비어 있던 집을 쓸고 닦느라 며칠을 고생한 보람도 없이 사기꾼 취급을 당하다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계약은 없던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러니 이만 돌아가시지요.”
생각보다 더 큰 키와 덩치. 그리고 달빛만큼이나 차가운 눈빛을 한 강혁이 그녀를 내려다보자 이연도 질세라 등을 꼿꼿이 세우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예,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를 모욕하신 데에 대한 사과 말씀도요.”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났을까. 자기가 말해 놓고도 놀란 이연은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다시 한걸음 강혁이 상체를 숙이며 다가왔다. 커다랗고 짙은 그림자에 완전히 갇힌 이연은 그의 서슬에 눌리지 않았음을 보여 주려는 듯 고개를 더욱 쳐들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강혁의 두 눈이 그녀의 시야로 가득 밀려 들어왔다.
“남을 속여 돈을 갈취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일을 한다고 하였소? 어디 해 보시오. 만일 그대의 말이 사실이면 내 사과하리다.”
비아냥이 잔뜩 묻어나는 오만한 목소리가 그녀의 오기를 건들자 이를 악문 이연은 그에게로 한 걸음 다가갔다.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를 느끼면서도 그의 얼굴을 향해 최대한 턱을 치켜들고서 야무지게 말을 뱉었다.
“제 말이 거짓이 아니니 도련님께서는 반드시 사과하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