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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자들의 위키피디아

우리 사회를 망치는 뉴스의 언어들

Description:... 기사 속 ‘나쁜 언어’에 숨겨진 불손한 전략과 무책임함을 꼼꼼히 분석하다! 우리 시대 언론매체 종사자들이 가장 즐겨 쓰는 표현은 무엇일까? 그것들은 과연 팩트에 충실하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쓰이고 있을까? ‘포퓰리즘’ ‘귀족노조’ ‘내로남불’ ‘종북적폐’란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외치는 모습, 시청 앞을 점령한 대기업 노조원들, 국회에서 상대 정당인을 향해 고성을 내뱉는 장면,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에 모여 ‘빨갱이는 물러가라’를 외치는 모습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 언어에, 그런 환경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의문이 생긴다. 얼마나 자주 저러한 이미지에 노출되어야 우리의 뇌가 여기에 익숙해질까? 언어는 사상과 감정, 그리고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최적의 수단이다. 형식도 다양하다. 그중 글은 보존과 전승의 특성이 매우 뛰어난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신문 기사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언어활동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신문 기사는 시나 소설 같은 문학적 글과 비교할 때 언어 사용 방식이 사뭇 다르다. 보다 실용적이며 목적성이 강하다. 광고나 홍보 분야의 언어 사용 방식과 더 유사하다. ‘사용 빈도가 높거나 의미 부여가 큰 표현이 주제나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원칙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탓이다. 뉴스의 기사들은 대개 짧게는 수십여 개로부터 길게는 수백 개의 단어들로 이루어지는데, 독자는 지면에 쓰인 단어들의 결합을 해독하면서 새로운 소식을 얻고 특정 이슈에 대한 의견을 인지하며, 이를 수용하거나 때로 반론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종의 단어’ 혹은 ‘어휘’에 천천히 중독된다. 우리 언론이 즐겨 쓰는 뉴스의 언어들을 들여다보자. 얼마 가지 않아 분노하게 될 것이다. 얼핏 보기엔 품격과 균형감을 지닌 글 같지만 실은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는 의도로 쓰인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빨갱이’ ‘수구꼴통’ ‘강남좌파’ 같은 단어들을 쓰지 않았을 뿐 사람들을 선동하고 편을 가르며 인식을 왜곡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신문기사’라는 점잖은 외양 속에 특정 신념이나 가치관을 ‘정통’이나 ‘정상’인 것처럼 포장하고, 갈등을 부각시키고, 대중이 사안의 본질을 볼 수 없도록 만들며, 합리적인 논의의 장이 열릴 기회마저 원천봉쇄한다. ‘기레기’라는 말로 대표되는 ‘나쁜 기자’들은 바로 이 같은 문제적 어휘들을 기사 속에 반복해서 담아낸다. 사실 이런 행동은 언론인의 사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데, 이 책에서는 그 같은 표현들을 ‘기레기의 언어’라 부른다. 그러나 기레기의 언어는 특별하지 않다.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그 가운데엔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어도 있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 단어들도 있지만 대개 언론과 정치권에서 먼저 쓰기 시작해서 일상의 영역으로까지 퍼진 것들이다. 이제 뉴스 소비층의 성격이 달라졌다. 무분별하게 기사를 수용하기보다 ‘이 이야기를 왜 썼는지’ ‘어떤 맥락에서 쓴 글인지’에 대해 더 자주 묻고 따지는 독자들이 많아졌다. 기사가 검증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 책은 검증의 대상이 된 기사에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었던 단어 20개를 택해 힘이 닿는 범위에서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정치 분야에서는 포퓰리즘과 내로남불, 종북과 적폐, 국제관계에서는 스트롱맨과 코리아패싱, 경제 분야에서는 시장질서와 전통시장, 사회 분야에서는 시위꾼과 귀족노조, 묻지마 범죄, 그리고 스포츠 분야에서는 태극전사와 태극낭자 등의 단어에 주목했다. 우리 시대 뉴스 언어의 기원과 용례,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한 이 책이 나쁜 언어를 걸러내는 촘촘한 그물망이 되길, 독자들이 각종 매체의 뉴스를 공정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그들은 어쩌다 기레기가 되었을까? 일군의 기자들이 기레기로 분류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사 내용이나 방향성, 취재 과정, 기사의 유통 방식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들이 기사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초점을 맞춘다. 기사 쓰기의 원칙은 비교적 간명하다. ‘최대한 쉽게, 뜻이 분명하게, 중학생도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써야 한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일정 수준의 교양을 갖춘 독자라면 누구나 무리 없이 읽을 수 있게’ 써야 한다. 신문 기사는 학술 논문이 아니라 실용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스에 쓰이는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더 가깝다. 하지만 공적 언어이기에 저잣거리의 말과는 다른 품격과 균형감을 지녀야 한다. 마음속으로는 ‘빨갱이’나 ‘수구꼴통’ 같은 단어의 쓰임새에 동조해도 입 밖으로는 잘 내뱉지 않는다.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말쑥하게 정장을 빼입고 길거리에 침을 뱉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기레기는 바로 이런 어휘들, 이른바 ‘나쁜 언어’들을 즐겨 다루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며, 그들은 늘 교묘한 전략과 무책임함으로 대중의 인식을 왜곡하고 사고의 방향을 오도한다. 그러나 이 책은 모든 기자들이 여론을 조작하는 협잡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언론이 기사를 통해 뭔가를 말할 때, 그대로 따르거나 또 반대로 무조건 불신할 게 아니라 독자 나름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진보하는 삶을 위한 언어생활 지침서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언론 및 정치의 본질부터 민주주의, 국가, 공동체 등과 연결되는 것들 가운데 뉴스에서 가장 흔하게, 그리고 가장 의도적으로 쓰이는 어휘들을 골라 각 표현의 기원과 폐해를 추적했다. 또 한편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과 정치, 정치인, 법과 제도 등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 나름의 고민도 담았다. 따라서 목차도 이 같은 키워드에 근거해 ‘민주주의에 관한 것들’ ‘국가에 관한 것들’ ‘공동체에 관한 것들’ ‘정치에 관한 것들’로 크게 나누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의 문제의식은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의 현실에 어느 정도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가질 만한 생각들이다”라고 말한다. 결국 언론은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각종 제도처럼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견인하는 공적 기제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시민 대다수가 좀 더 비판적으로 뉴스를 접하는 데, 그리고 내 삶과 내 이웃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분명한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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