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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신

Description:... 고전에 대한 전복적 상상력을 펼치다
인간은 지식을 욕망한다. 하지만 ‘지식의 보고寶庫’라는 책에만 한정해놓고 보더라도, 그 욕망은 충족하기 매우 난감하다. 보르헤스가 〈바벨의 도서관〉에서 묘사했듯이, 도서관의 서가는 무한한 무질서가 끝도 없이 반복되는 미로와 같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책이자 하나인 책’을 읽게 된다면 바벨의 도서관 사서처럼 신과 유사해지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 오히려 보통의 사서, 보통의 사람들은 수많은 책들 앞에서 곧 절망스러운 고백을 하게 된다. “하버드대학교의 와이드너도서관에 처음 일하러 갔을 때 나는 곧 첫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다름이 아니라 책을 읽으려고 했던 것이다.”(매튜 배틀스,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어떤 사람도 책 세계의 전모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런 모호한 상황에서 책에 대한 그럴듯한 ‘소문’들이 횡행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책의 정신》은 이 같은 인간의 한계에서 비롯된 소문들을 근본적으로 성찰해나간다. ‘진실’과 한데 뒤섞여 마치 오래된 지혜인 양, 전통인 양 세대를 거듭해 전승되어온 ‘불멸의 고전’이 그 대상이다. 저자는 오늘날 엄선된 동서양의 고전 목록이 실은 오류와 소문 위에 쌓아올린, 곧 무너질 수밖에 없는 바벨탑과 같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프랑스대혁명에 영향을 미친 책으로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아닌 연애소설에 가까운 《신 엘로이즈》를 꼽는가 하면(첫 번째 이야기 ‘포르노소설과 프랑스대혁명’), 과학 분야의 단골 고전인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심지어 갈릴레오도 다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두 번째 이야기 ‘아무도 읽지 않은 책’). 또 소크라테스와 공자의 ‘위대한’ 저작에 대해 문헌학적 의구심을 표명하면서, 그 내용에 스며 있는 계급주의와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강하게 공박한다(세 번째 이야기 ‘고전을 리모델링해드립니다’). 저자의 시야는 근대로도 향하는데, ‘본성과 양육’ 그리고 ‘책의 학살’이라는 관점 아래 20세기의 고전을 뒤집어본다(네 번째 이야기 ‘객관성의 칼날에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오해’, 다섯 번째 이야기 ‘책의 학살, 그 전통의 폭발’).
말하자면 이 책은 전복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저자는 어떤 이들에게는 매우 불경스럽게 느껴질 만큼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만큼 유혹적이고 자유분방하며 새로운 정열로 독자를 이끈다. 본래 ‘책의 정신’이란 그런 것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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