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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암의 길

Description:... “아아, 고향을 떠난 지 어언간 ―.” “여기두 아직 고향땅이야요.” “쯧(혀를 채었다). 속물(俗物)이란 할 수 없어. 시(詩)를 모르거든.” “선물(仙物)이란 할 수 없군요. 고향에서 사향탄(思鄕歎)을 하시니.” 마주 보고 마주 웃었다. 양성암(梁星巖)과 그의 안해 장홍란(張紅蘭)이었다. 방랑의 길을 이번은 안해를 데리고 떠나는 것이었다. 문정(文政) 오년 구월 구일 ― 가을의 짧은 해 벌써 저녁으로 기울기 시작한 때에야 성암 내외는 겨우 전별하는 친지들과 작별하고 동구를 나섰다. “마누라.” “싫어요. ‘홍란’ 하구 불러 주세요. 영감께 ‘마누라’하구 불리면, 저두 할멈 같아서 슬퍼요.” “홍란 노파.” “왜 그러세요? 양 소년.” “말께 오르지.” 홍란이 피곤하면 태우고자 데리고 오는 말은, 마부에게 끌리어서 방울을 달랑거리며 그들의 뒤를 따른다. “아이나. 아직 내 집 뜰인걸요.” “내 집 뜰에선 말을 못 타나. 타기 싫거든 말을 업게.” “망칙해.” “것도 싫거든 내 등에 타게. 내 업어 주마.” “허리 부러지시리다. 되려 제가 영감을 업어 드리리다. 이리 온. 어부마.” “요것이!” 사실 탄탄하고 탄력있고 여문 홍란에게 비기자면, 성암은 가련하고 비참한 체격이었다. 돌덩이 같은 안해를 등에 업었다가는 부스러질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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