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자다
Description:... 중국 현대사를 관통한 세계적인 석학 왕멍의 ‘장자처럼 사유하기’ 정신과 육체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의 경지’를 최고 가치로 추구하는 장자의 철학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인간의 생존방식에 대해 커다란 화두를 던지고 있다. 형식과 틀에 구속받지 않는 사상, 거기서 비롯된 기발한 상상력과 직설적인 표현들은 2000여 년 동안 ‘사상의 홍수’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다양한 철학을 꽃 피우는 씨앗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장자』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해독이 불가능할 만큼 함의적이고 상징적인 언어 체계와 행간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뜻을 음미할 수 있는 철학서이다. 여러 대목에서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한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학식만으로 해독할 수 없는 『장자』의 넓고 깊은 사유의 세계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장자다: 장자와 즐기다』가 지금까지 100여 종 넘게 출간된 장자 관련 도서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바로 장자의 철학과 삶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저자의 ‘인식의 폭’에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왕멍이라는 철학가이자 소설가, 저명한 정치인이다. 왕멍은 80여 년의 인생 가운데 60년을 중국 현대사의 풍운 속에 살면서 극단의 영욕을 온몸으로 겪은 중국 지성계의 살아 있는 전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언급되며 하버드대학교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유수의 대학에서 특별 초청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가 들여다보는 『장자』는 기존 책들과는 관점과 해석의 깊이를 달리한다. 왕멍은 인류가 구축해놓은 역사와 철학을 필두로 문화혁명 때 신장자치구에 유배되어 노동자로 전락되었다가 공산당 중앙위원으로 복권된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 그리고 중국문화의 특성과 기질을 『장자』에 투영한다. 즉 장자사상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 사상의 기저에 깔린 핵심 이념,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의 특성과 흐름, 장자사상이 오늘날 우리에게 갖는 의미뿐 아니라 중국 현대사를 관통한 저자의 인생에서 『장자』의 사상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자세하게 들려준다. 학식을 뛰어넘어, 장자의 사상을 체화한 지성인의 ‘장자처럼 사유하기’를 생생하게 경험하게 된다. 마치 시대를 초월하여 왕멍과 장자가 ‘인간의 교양에 대한 모든 것’을 대화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때문에 이 책은 장자나 동양사상에 국한된 철학서가 아니라 올바른 인간의 생존방식에 대한 모색에서 인류의 역사와 철학을 담은 교양서이다. 인생의 멋과 자유, 그리고 타자와의 공존을 모색하다 왕멍은 『장자』의 원문에 대한 해석에 급급하기보다 말을 타고 하늘을 달리듯 호방한 장자의 문체를 되살려 상상력과 사유의 범위를 『장자』라는 텍스트 밖으로 확장한다. 팔십 평생 동안 자신이 체득한 지식과 인생경험, 즉 힘겨운 삶을 살면서 깊이 고뇌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하고 소통했던 경험을 덧붙이고, 수십 번 『장자』를 읽으면서 떠오른 창의적인 생각들을 도출해낸다. 즉 『나는 장자다』는 『장자』를 왕멍이라는 스펙트럼에 투과하여 빚어내는 ‘왕멍 판본의 장자’이다. 그는 장자 못지않은 과감하고 유려한 문체로 장자사상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의 독자에게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우리의 철학과 문화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짚어준다. 미국처럼 생존경쟁을 강조하고, 이론상으로나 법적으로나 적어도 공정한 경쟁규칙을 수립하려 하고, 노장사상의 무위無爲(아무것도 하지 않음)나 부쟁不爭(다투지 않음) 같은 개념은 절대로 제창하지 않을 나라에서도 경쟁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절망해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테러 등 심각한 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 경쟁에서 요행히 승리한 행운아들도 부패하고 타락하거나 정신병에 걸리는 비극을 낳기도 한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의 조숙했던 철학자 장자는 너무 일찍부터 이 모든 경쟁의 황당함과 비애를 알아버렸고, 이 모든 걸 너무 일찍부터 경멸했다._소요유逍遙游: 위대한 날갯짓과 자유로운 휴식, 42쪽 어쩌면 그는 우리에게 거대한 기상과 자유로운 소요를 추구한다면 보잘것없고 용속한 이들에게 조롱당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아야 하므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알려주기 위해 이런 글을 썼을지도 모른다. 한발 더 물러나 절대적인 소요에 다다를 수 없다 해도 ‘소요’라는 두 글자를 아는 것만으로도 이미 목표가 생겼으니 조급해할 것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도 모른다._소요유逍遙游: 위대한 날갯짓과 자유로운 휴식, 27쪽 왕멍이 특히 눈여겨보는 것은 「소요유逍遙游」편이다. 그는 ‘승자독식’ 구조의 현대사회의 시스템에서 물욕에 쉽게 경도되는 세태를 비판하며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닦는 것을, 즉 장자의 핵심사상인 관념적 구속에서 벗어나 내면 정신세계의 자유와 독립을 누리라고 역설한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권력과 명예를 되찾은 입지전적인 삶을 산 저자의 주장은 그 자신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인지 독자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그리고 자유로운 삶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타자와의 조화로운 삶이라고 강조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인류가 이룩해놓은 역사와 철학을 넘나들며 장자의 사상을 논하는 왕멍의 식견과 혜안, 그리고 통찰력은 그가 지닌 지성의 경지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고 심오하다. 궁극적으로 왕멍은 장자의 사상을 통해 현대인들이 삶을 성찰하게 하고 새로운 의미를 되새기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고난의 삶을 헤치고 팔순을 앞둔 늙은 철학자의 후대를 향한 사랑과 인간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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