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이들의 비결을 하나하나 밝힌다!
★★★ 말과 글에 설득력, 공감, 신뢰를 부여하는
언어 천재들의 43가지 기술 ★★★
◎ 도서 소개
말을 잘하는 비결은 화려한 문장도 풍부한 지식도 아니다
마음을 전하고 설득력을 높이는 논리와 감성의 수사법
화려한 언변,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 것일까? 말에 특별한 내용이 없는 것 같은데도 타인을 쉽게 설득하고 신뢰와 공감을 얻어내는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정재승 교수, 손석희 앵커처럼 책과 방송을 통해 ‘언어 천재’로 인정받는 사람들의 언어 습관은 물론, 인상적인 말과 문장으로 이름을 남긴 작가나 학자들의 언어가 어떤 흐름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는지 분석해낸다.
그들의 언어가 유명세만큼이나 대단해 보이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의식 없이 사용하는 말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뿐이다. 그들은 반복, 비교, 대조, 반어, 역설, 과장, 인정 등의 여러 도구를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낱말과 표현의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단 한 가지 조합을 골라야 한다. 그러니 어렵고 초조한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은 오래도록 검증되어온 수사법과 함께 말과 글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알려줄 뿐 아니라 나아가 더 이상 주저하지 않는 언어 생활을 돕고자 한다.
◎ 책 속으로
미국의 언어학자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데 가로막았다가 다시 말을 시작하게 한다고 하자. 그 사람이 문법과 의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단어는 평균 10개이다. 즉 10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가 두 단어로 된 문장을 말한다면 그는 10 곱하기 10, 즉 10의 2제곱 중 하나를 고르게 되는 것이다. 만일 20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말한다면 그의 총 선택지는 10의 20제곱이다.
10의 20제곱은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이다. 수천억, 수천조, 수천경보다 막대하게 큰 수이다. 바로 1해(垓)다. 20 단어로 된 문장을 말한 당신은 1해 개의 문장들 중 하나를 고른 것이다. 물론 각 언어마다 수치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건 부정할 수 없다. 말을 한다는 건 우주적 사건인 것이다. 단어 선택만 해도 사막의 모래산에서 딱 맞는 빛깔과 크기의 모래 한 톨을 골라내는 일이다. 그러니 말하기가 고단하고 두렵고 떨리는 게 당연하다.
[머리말 | 9쪽]
어떻게 하면 상대의 주장을 널리 긍정하면서 대화할 수 있을까. 세 가지를 버리면 될 것 같다.
먼저 지배욕이 없어야 할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욕심을 접어야 하는 것이다. 상대가 정 지구가 둥글다고 믿겠다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두 번째로는 조급증도 없어야 한다. 빨리 가능하면 오늘 이 자리에서 나의 주장을 다 말하겠다는 의지를 버리는 것이다. 다음 기회가 분명히 있을 테니까 여유를 가져도 된다. 세 번째로 독점욕도 버려야 하겠다. 내가 홀로 대화를 소유했다는 상상적 주인 의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아무리 많아도 대화 지분의 50%만이 내 것이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인정한 뒤에는 상대를 꺾고 부정하려는 공격적 대화 태도를 접을 수 있을 것이다. 어휘도 기억해야 한다. 상대가 옳다고 말할 때 쓰는 한국어를 영어 단어 외우듯이 기억해둬야 하는 것이다.
[9 상대가 옳다고 인정해준다 | 78쪽]
김상욱 : (손사래를 치며) 다 그렇지는 않아요.
김영하 : 다 그렇지는 않아요?
김상욱 교수는 거실의 독서 공간화 기획이 모든 집에서 실패한 듯이 일반화한 게 부당하다고 김영하 작가에게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빌미는 김영하 작가가 만들었다. 주장의 폭이 너무 넓었다. 가족이 안방으로 집결한 사례도 있었겠지만 소수의 가족이나마 TV를 멀리하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이 쉬운 걸 김영하 작가가 몰랐을 리 없지만 잠시 긴장이 풀려서 모든 가족의 예외 없는 실패로 일반화하는 실수를 했고 그게 반론을 불렀던 것이다.
[10 주장의 강도와 폭을 조절한다 | 86~87쪽]
돈은 인간이 발명하고 말했던 가장 성공적인 스토리입니다. 왜냐하면 돈은 모든 사람이 믿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죠. 모든 사람이 신을 믿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인권을 믿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민족주의를 믿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돈은 믿습니다.
감탄스럽다. 이 짧은 말이 수사학의 보물창고다. 먼저 반복법이 돋보인다. “모든 사람이”가 반복된다 “믿다”도 반복된다. 아울러 대조법도 확연하다. “믿는다”와 “믿지 않는다”가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돈과 달리 성공하지 못한 예로서 신, 인권, 민족주의가 제시되어 있다.
하라리가 쓰는 반복법과 대조법은 기억을 돕고 이해를 쉽게 만든다. 사람은 대체로 기억과 이해가 쉬운 말글을 좋아한다. 유발 하라리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비결 중 하나가 단순한 반복과 대조 능력이다.
[14 유일한 걸 알고 있다고 말한다 | 116~117쪽]
손석희 앵커는 80% 사과도 한다. 예를 들어 한석규 배우가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였다. 두 사람은 배우의 노화에 관해서 대화를 나눴다.
손석희 : 여자 배우들 특히 그렇지만 나이 드는 걸 굉장히 두려워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얼굴도 이렇게 손도 많이 보시고. 전 별로 좋아 보이진 않던데요.
한석규 : (3초 침묵 후) 예~ 근데….
손석희 : (급히 끼어들며) 죄송합니다. 다른 배우 이야기하면 여긴 뭐 적절치 않은데요.
한석규 배우는 왜 3초 정도 할 말을 잃고 당황했을까. 손석희 앵커가 안 될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손석희 앵커의 발언 때문에 갑자기 동료 배우들을 비평하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한석규 배우로서는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곤란한 지경이었다. 그러니 잠시 말을 잃고 당황한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손석희 앵커는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꼿꼿이 정신을 차리고 자기 말을 통제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아니다. 매 순간 쉬지 않고 이성적으로 자신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할 수 있는 초인은 세상에 없다.
[34 빠르고 적절한 사과를 한다 |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