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부, 권력에 관한 사색
무미건조한 세계에서 저자와 독자가 살아남으려면
Description:... 무미건조한 세계에서 편집자와 독자가 살아남는 방법
오늘날 책이 읽히지 않는 것은 책이 힘을 잃었다기보다는 사람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대학 캠퍼스에 키르케고르나 니체의 책을 들고 다니며 적어도 몇 페이지는 읽으려고 노력했다. 게다가 그들은 키르케고르와 니체를 읽는 것이 훌륭하다고 믿었다. 탕누어는 그 시절 그 사람들의 바람직함을 회상한다. “세상에는 우러러보고 경외심을 품어야 하는 훌륭한 것들이 있다는 것도 믿음으로써 그 훌륭한 것들이 기회를 가져, 삶의 경관이 밋밋하고 황량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도록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랜 세월 저자는 편집자로 지내왔다. 그는 자기가 큰 매출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가장 흥분되었던 일은 어떤 작가, 어떤 책을 알아보고 그것을 부와 시장의 세계에서 빼내 시간과 명예의 네트워크로 돌려보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 출판 시장은 그때보다 훨씬 더 처참하게 무너졌다. 타이완에서는 10~20년 전만 해도 2000부를 찍던 책을 지금은 500부만 찍는다. 이런 출판업의 소멸은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질까?
탕누어는 세상의 다양한 업종 중에서 출판의 특별하고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최전선’에 자리하여 생존을 위한 책도 만들지만 동시에 명예를 위한 책도 만드는 이중성에 있다고 본다. “여러 신이 관할하는 애매한 교차지에 거주하면서 도적이 오면 도적을, 관군이 오면 관군을 환영한다.” 편집자의 가장 훌륭하고 현명한 태도는 부와 명예를 구분하면서 그 둘을 동시에 다룰 줄 아는 것이다.
편집자들은 사실 책이 안 팔리는 상황에서 한숨을 쉬고 낙담해 있다가 부정적인 에너지가 계속 쌓이면 이것이 시간 낭비임을 깨닫고 힘을 낸다. 그래서 그들은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던 책 목록을 꺼내 시장에 두꺼운 책들을 줄줄이 내놓는다. 그러면 이어서 이를 악물고 책을 읽는 독자들이 출현한다. 이것이 바로 부의 세계에서 독서세계가 갖는 기이한 힘이다.
탕누어는 독자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부드럽게 설득한다. “인간은 역시 착실하게 힘껏 판별하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거듭 훌륭한 것을 생각해내고 말해야 하며 옳은 일을 한 사람에게 갈채를 보내거나 적어도 미소를 지어주는 한편, 때때로 진지하게 잘 쓰인 책을 사기도 해야 한다.” 그렇게 정당한 저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그들의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마침내 자신만의 우호적인 시간의 소로도 만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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