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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시대 시즌1 대본집 (하)

Description:...

 여성 연대의 서사. ‘청년 담론’에서조차 배제당한 20대 여성들의 내밀한 상처를 어루만진다-김선영 TV평론가 


 성매매 스폰서와 데이트 폭력, 안락사 등 묵직한 이슈를 설득력 있게 다뤘다-이준범 기자 


 겪어보지 못한 일까지 공감하게 만드는 박연선 작가의 힘-정석희 칼럼니스트 


 여성이 주체가 되는 드라마가 나와서 너무 고맙다-한예리 배우 


 내 청춘의 단편이 오롯이 이 작품에 담겨 있다-박은빈 배우 


2017년 8월 시즌2 방영!

이 시대의 20대가 응답한 웰메이드 드라마 〈청춘시대〉

 〈동갑내기 과외하기〉 〈연애시대〉 〈화이트 크리스마스〉 박연선 작가 대본집! 





◎ 도서 소개


다섯 명 중 한 명은 반드시, 아니 다섯 명 모두가 당신과 닮아 있을 것이다! 20대가 응답한 웰메이드 드라마 『청춘시대 시즌1 대본집』 출간 


2016년 전혀 새로운 드라마가 탄생했다. 삼각관계도, 신데렐라 코드도 없이 다섯 명의 여대생들이 한 집에서 살아간다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청춘시대1〉은 ‘현재의 20대를 가장 훌륭히 대변했다’, ‘인생작’,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으며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젊은 층의 막강한 지지를 딛고 2017년 8월 시즌2를 방영하며 시즌제 드라마의 대열에 합류한 〈청춘시대〉 대본집이 아르테팝에서 출간된다. 〈청춘시대〉는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이야기로, 여성들끼리 공생하며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서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또한 첫 방송 0.4%로 시작해 최종화 2.1%로 종편 사상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완성도가 뛰어나면 자극적 코드 없이도 시청률이 역주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청춘시대1 대본집』은 드라마, 영화, 소설까지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잘 쓰는’ 베테랑 박연선 작가의 첫 대본집이기도 하다. 박연선 작가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한 뒤 남녀노소가 감정이입했던 명품 멜로드라마 〈연애시대〉를 비롯, 드라마스페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8부작 〈화이트 크리스마스〉, 수많은 폐인을 양산한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 〈백야행〉 등을 집필했다. 


“남자 출입금지, 남친 출입금지, 남사친 출입금지”

남자보다 뜨거운 여자들의 우정이 온다!

당신이 상상했던 그 이상의 극사실주의 셰어하우스

 리얼심리 상처 치유 드라마 〈청춘시대〉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 같고 그래도… 이럴 필욘 없잖아!” -소심이 유은재 


“뭐… 이놈이든 저놈이든 명심해? 섹스할 땐 콘돔 장착!” -모태솔로 음담패설러 송지원 


“그 사람을 좋아해도 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좋아하니까. 너무 너무 좋아하니까….” -연애 호구 정예은 


“쉽게 사는 게 나쁜 걸까? 힘들 게 산다고 제대로 사는 걸까?" -외모 센터 강이나 


“넌… 내가 싫은 거냐? 내 가난이 싫은 거냐?” -생계형 철의 여인 윤진명 


 벨 에포크에 사는 다섯 여자는 ‘죽음’이라는 화두와 함께 다시없을 청춘을 보낸다. 강이나 곁을 맴돌던 중년 남자 오종규의 정체는 강이나와 함께 사고를 당했다가 호수에 빠져 죽은 아이의 아버지였다. 강이나는 오종규와의 일을 통해 자신이 스폰서 생활을 하며 삶을 스스로 망가트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윤진명은 레스토랑 매니저의 성적인 거래를 거부한 데 대한 앙갚음으로 도둑 누명을 쓰고, 식물인간 동생의 병원비 때문에 진 빚까지 갚고 나서는 자살할 마음을 먹는다. 한편 정예은은 나쁜 남자 고두영과 헤어지고 암 환자의 심리와 유사하다는 실연의 5단계, 거부, 분노, 우울, 타협, 수용을 차례차례 밟아나가지만 왜인지 고두영은 여전히 정예은 주변을 얼쩡거린다. 평온하던 유은재조차 보험조사관이 아버지 시신을 부검하겠다고 말한 뒤로 안절부절못하자, 송지원은 이 모든 사건이 ‘신발장에 귀신이 산다’는 자신의 거짓말 때문인 것 같아 죄책감이 드는데….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심금을 울린 명대사, 한 편의 시와 같은 에피소드 

‘보는 맛’과는 또 다른 ‘읽는 맛’을 극대화하다! 


『청춘시대 시즌1 대본집』은 ‘읽는 맛’이 남다른 박연선 작가의 대본을 지면에 맛깔나게 살려냈다. 각 회의 타이틀에 맞춰 영상으로 표현되었던 오프닝 시퀀스를 눈앞에 되살아날 듯 유려한 지문으로 읽을 수 있다. 심금을 울린 명대사와 내레이션뿐 아니라, 드라마에 나타나지 않았던 인물의 속마음을 엿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배경음악, 날씨, 인물의 옷차림과 화장, 벨 에포크의 공간 디자인까지 다방면에 걸쳐 섬세하고 치밀하게 창조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본으로, 영상의 ‘보는 맛’을 넘어 글로 ‘읽는 맛’을 선사할 것이다. 



◎ 책 속에서


강이나 (깔깔 웃으며) 남자들은 진짜 단순해요. 꼬실 땐 정식, 코스 막 사주면서, 헤어질 땐 꼭 짜장, 짬뽕. 횟집 가면 동태탕이야. (다시 한 번 깔깔 웃는다) ….

오종규 (맞은편에 앉아 술을 홀짝인다) ….

강이나 하긴. 비즈니스니까. 그게 더 깔끔하긴 해요.

오종규 그럼 이제 애인이 두 명인가?

강이나 응, 한 명 더 구해야 돼요. (말을 돌린다) 근데 아저씬 왜 나한테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 안 해요?

오종규 나? (피식) 누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만큼 잘난 인생도 아니구…. 

강이나 (턱을 괴고 물끄러미 오종규를 바라본다) ….

오종규 (강이나의 시선을 모르는 척 술을 마신다) ….

강이나 아저씨 뭐 하는 사람이에요?

오종규 ….

강이나 나이가 나이니까 결혼은 했을 텐데 왠지 홀애비 냄새가 나는 거 같고… 주말 부부? (손뼉을 딱 치며) 이런 거 어때요? 서로 궁금한 거 하나씩 물어보기. 

오종규 (순간 매서워진 눈빛을 숨긴다) ….

강이나 나부터! 애인이나 부인 있어요? 

오종규 (고개를 흔든다) ….

강이나 에, 왜요?

오종규 내 차례 아닌가?

강이나 (맞다. 어서 하라고 손짓한다) ….

오종규 (뭐부터 물어봐야 할까…. 지나치게 신중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가씨는 왜 그렇게 살어?

강이나 (휴지를 툭 던진다) 뭐야? 좀 전하고 말이 다르잖아요. 

오종규 그렇게 살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냥…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싶어서….

강이나 흐음… 뭐 설명하기는 좀 힘든데…. (생각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넌다고 쳐봐요. 초록 불에 건너죠. 손까지 들구, 조심조심. 그치만 음주운전하는 놈이랑 부딪치면 끝장나요. 안 그래요? 내 얘기는 그러니까… 인생 어느 골목에서 뭔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 뭐 하러 열심히 사냐는 거예요. 막 사는 게 최고예요. 난요. 10년 만기 적금 붓는 사람이 제일 신기해요. 10년 후에도 자기가 살아 있을지 어떻게 안대요? 안 그래요? 이제 내 차례죠? (별거 아닌 것처럼) 아저씨, 그날 왜 울었어요? (그림자놀이 흉내 내며) 이거 하면서….

오종규 (들킨 줄 몰랐다. 당황스럽다) …아… 울었다기보다… 어, 그냥… 창피하게…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강이나 옛날 생각 뭐요?

오종규 딸하고 놀던… (강이나가 묻기 전에) 죽었어.

강이나 (잠깐 할 말을 잃는다) 어…… 아저씨 차례예요. 

오종규 (술을 한 모금 마신다) 아까 같은 생각… 인생 언제 어떻게 잘못될지 모른다던 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아직 한참 젊은데….

강이나 (생각해본다) 어…. (가볍게) 사실은요. 나 텔레비전 나온 적 있어요. 신문에도 나고…. 고등학교 때 놀러갔다가 죽을 뻔했거든요. 남들은 죽다 살아나면 인생이 소중해진다는데… 난 아니더라구요. 뭘 해도 현실감이 안 생기고. 미래니 장래 희망이니 웃기지도 않고, 공부도 하기 싫고…. 뭐, 공부는 그전부터 하기 싫었지만. (웃는다) ….

-7회 나는 행복하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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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30. 별장 거실(밤) 




불이 켜진다. 매니저가 슬리퍼를 신는다. 윤진명에게도 슬리퍼를 건네준다. 신발장에 어린이용 슬리퍼가 보인다. 뽀로로다. 윤진명이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다. 




매니저 (와인을 따다가) 뭐 해? 들어와?

윤진명 (뽀로로 슬리퍼를 보고 있다) ….

매니저 (직접 와서 윤진명의 손을 잡아끈다) 왜 이래? 여기까지 와서 촌스럽게….

윤진명 뽀로로네요.

매니저 (윤진명이 뭘 말하는 건지 본다) 아….

윤진명 (손을 뺀다) 저거 우리 집에도 있었어요.

매니저 그래? 흔한 거잖아.

윤진명 그러니까요. 흔한 거죠. 별것도 아닌 거…. 생각해보면 나랑 그렇게 다른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게 어렵고, 겁먹고…. (매니저를 똑바로 본다) 마치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사람한테도 가위가 눌리나 봐요.

매니저 (윤진명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윤진명 가위 눌렸었다구요. 매니저님한테….

매니저 무슨 소린지…. 서서 이럴 거야?

윤진명 할 얘기 있으면 여기서 듣겠습니다.

매니저 (강압적으로) 중요한 얘기를 어떻게 서서 하나? 이제껏 내 얘기 뭐 들었어? 네가 내 사람인지 아닌지 허심탄회하게….

윤진명 (말 끊는다) 매니저님의 사람이란 게 뭔데요? 이런 데서 단둘이 술 마시는 거요? 그런 거라면 저는 매니저님의 사람이 될 생각이 없습니다.

매니저 너 아직… 덜 절박하구나.

윤진명 아뇨, 절박합니다. 절박하니까 가위에 눌리고, 절박하니까 여기까지 온 거겠죠.

매니저 ….

윤진명 하실 말씀 없으면 돌아가겠습니다.

-7회 나는 행복하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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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재 예은 선배는 왜 그런 연애를 하나 몰라요. 

송지원 (흘깃 본다) ….

유은재 얼굴도 예쁘고 애교 많고 잘 웃고… 더 좋은 남자 만나면 좋을 텐데….

송지원 예은이 언니 얘기 모르지? 

유은재 예은 선배, 언니 있어요?

송지원 어, 지금 독일에 유학 가 있는데 엄청난 수재래. 어려서부터 뭐… 장난 아니었대. 올해 박사 따면 우리나라 최연소라는데….

유은재 (감탄한다) 아… 몇 살인데요?

송지원 예은이랑 동갑. 쌍동이야.

유은재 에, 진짜요? 예은 선배 쌍둥이였어요?

송지원 이란성인데 얼굴도 그쪽이 훨씬 이쁘대. 키도 크고. 얼굴도 예뻐. 공부도 잘해. 쌍둥이가 그래버리니까 뭐, 어려서부터 좀 치였겠냐? 모든 관심이 그쪽으로 쏠린 거지. 예은이가 죽을 둥 살 둥 해봐야 넘사벽인 거구. 그런 상황에서 자존감이 싹트겠냐?

유은재 (고개까지 끄덕인다) 그렇죠…. 

송지원 자존감 없는 애들이 연애 잘못하면 그렇게 되는 거야.

유은재 아… 예은 선배는 되게 좋은 집에서 되게 행복하게 자란 줄 알았는데….

송지원 (한숨 쉰다) 그러니까 말이다….

유은재 안됐다…. (하다가) 이상하다. 예은 선배 외동딸이랬는데…

송지원 (어쩔까 하다가 씨익 웃는다) ….

유은재 뭐예요? 거짓말한 거예요? 선배 진짜… 왜 그런 거짓말을 해요?

송지원 (진지한 얼굴로 쓰윽 보며) 너 방금 내 얘기 듣고 예은이가 그럴 만도 하다 싶었지? 

유은재 ….

송지원 그러니까 내말은…. 내 얘기가 정답은 아니라도 사람마다 죄다 사정이란 게 있다는 거야. 그 사정 알기 전까진 이렇다 저렇다 말하면 안 된다는 거구… 예은이뿐만 아니라 강 언니도 그렇구, 윤 선배도 그렇구, 너만 해도 그런 거 하나쯤은 있을 거 아니야. 남들은 도저히 이해 못 해도 너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어떤 거.

-8회 희망, 그 빌어먹을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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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76. 화단 턱(밤) 




저 멀리 토사물이 보인다. 정예은이 혼자 앉아 있다. 강이나가 물과 물티슈를 사 가지고 왔다. 정예은이 입을 헹군다. 강이나가 물티슈로 오물을 닦아준다. 




강이나 그 새끼들 질 나쁜 걸로 유명하대. 분명히 술에 뭐 탔을 거야. 그러니까 너 같은 범순이가 발정이 났지.

정예은 상관없어. 

강이나 상관없어? 진짜? 너 진짜 원나잇할라 그랬어?

정예은 응.

강이나 (어이없다) …. 

정예은 넌 그러고 다니잖어. 

강이나 ….

정예은 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그런 네가 좋다는데… 나는 그러면 안 돼? (눈물이 차오른다)

강이나 (외면한다) 바보야. 그 새끼들이 원나잇 정도로 끝내는 줄 알어? 네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돈단 말야. 문란도 좀 봐가면서 하는 거지….

정예은 뭔 상관이야? 이미 다 망가졌는데….

강이나 웃기시네. 넌 기스도 안 났어. 나에 비하면. 

정예은 (울먹인다) 난 네가 싫어. 

강이나 (한숨 쉬며) 나도 너 싫다. 

정예은 네가 젤 나뻐.

강이나 니예니예. 그런 걸로 합시다.

정예은 차라리 네가 잘못한 거였으면 좋겠어. 네가 꼬리 친 거면 좋겠어. 그럼 너만 미워하면 되잖아. 그럼 덜 비참하겠어. 내가 좋아한 남자가 그것밖에 안 되는 놈인 것보다는….

강이나 (마음이 짠하다) 아, 병신… 널 어떡하면 좋냐?

-8회 희망, 그 빌어먹을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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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재 (결국) 저기… 무슨 일로….

보험조사관 아… 저기… 그게… 저희 회사가 이번에 자체 조사를 했는데…. (숫자가 나올 때마다 움찔움찔 손가락을 펴 보이며) 그게 한 사람이 10년 동안 세 번 이상 보험금을 받았을 때… 그걸 다시 조사하라고 그래서… 안정희 씨… 그러니까 유은재 씨 어머니가 그 경우에 해당돼서…. (땀을 닦는다) 죄송합니다.

유은재 예? 뭐가요?

보험조사관 아뇨, 그게… 그냥 이 상황이…. 금방 끝내겠습니다. (수첩을 찾는데 긴장해서 원하는 페이지가 안 나온다)

유은재 (상대적으로 느긋해진다. 물을 천천히 마신다) ….

보험조사관 그러니까 7년 전 유동범 씨… 아니 씨는 빼고 유동범 군… 그러니까 오빠 되시는 분이 돌아 가셨을 때는 가게가 잘 안됐을 때구… 4년 전에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는 거액의 채무 관계가…. (유은재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다) 그래서… 그게… 그러니까…. (차를 마셨다가 뜨거워서 혼자 소란을 피운다) ….

유은재 (휴지를 집어준다) ….

보험조사관 이번에 조사하다가 새로 알게 된 건데… 17년 전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유은재 시어머니요?

보험조사관 아, 그러니까 엄마의 시어머니, 유은재 씨 할머니죠. 할머니…. 유은재 씨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보험금을 수령했더라구요. 

유은재 저는 잘….

보험조사관 그렇죠. 모르시죠. 두 살 때니까… 세 살 땐가…. (혼자 손가락을 꼽아보는데) …

유은재 저기….

보험조사관 예.

유은재 그래서 저한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 건지….

보험조사관 잘 모르시겠죠? 그런 말 많이 들어요. 하하… 제가 말이 두서가 없어서…. 그러니까 그게… 이번에 새아버지가 교통사고 났잖아요. 

유은재 얼마 안 다치셨는데요. 

보험조사관 아, 그렇죠. 천만다행으로… 천만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도 교통사고였죠? 

유은재 (테이블 위에 놓았던 손을 밑으로 숨긴다) ….

보험조사관 사고 장소가… 어떻게 이런 데서 사고가 났나 싶게… 커브길이긴 했지만 탁 트인 데다가…. 사고가 날 만한 데가 아닌데…. 혹시 가보셨어요?

유은재 …아뇨.

보험조사관 아, 안 가보셨구나…………. (불쑥)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유은재 예?

보험조사관 (또 혼자 당황해 횡설수설한다) 아니… 그게… 엄마를 따르자니 아빠를 배신하는 거 같고… 엄마를 믿자니 아빠가 억울할 거 같고…….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인 것처럼………. 근데요. 유은재 씨 앞으로도 거액의 보험이 들어 있던데… 그거 알고 있었어요?

유은재 (몰랐다. 표정을 숨기면서 차를 마신다) ….

-9회 제자리에 서 있으면 길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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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영 (정예은 입꼬리의 물을 닦아주고, 김밥을 입에 넣어주려 한다)

정예은 (고개를 홱 돌려 피하며 단호히) 뭐 하는 거야?

고두영 배 안 고파? ‘아’ 해.

정예은 누가 김밥 먹고 싶대? 이 상황에서 김밥이 넘어가?

고두영 싫어? 그럼 먹지 마. (혼자 먹는다) ….

정예은 (혼자 김밥을 먹는 고두영을 본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

고두영 (그러든 말든 맛있게 김밥을 먹는다. 가끔 정예은과 눈을 마주치기도 한다) ….

정예은 내가 헤어지자고 해서 그래? 솔직히 오빠 나랑 헤어지고 싶어 했잖아. 나랑 사귀면서도 한눈팔았잖아. 강이나한테 집적거린 거… (말하다 보니 자존심 상한다) 나 그거 알고 있었어. 내가 알고 있다는 거 오빠도 알고 있었지? 

고두영 (정예은을 빤히 보며 김밥을 먹는다. 이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김밥 씹는 소리가 경쾌하다) ….

정예은 잘 생각해봐. 오빠 솔직히 나 안 좋아했어. 이럴 만큼 나 안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이러지 마. 응? 

고두영 (단무지를 씹는다. 단무지 씹는 소리는 더 경쾌하다) ….

정예은 (대꾸 없는 고두영에게 화가 난다) 그럼 따져봐. 오빠는 이제까지 나한테 몇 번 헤어지자고 했어? 세 번? 네 번? 잠수 탄 거까지 하면 수십 번이야. 오빠는 헤어지자고 해도 되고. 난 안 돼? 왜 안 돼?

고두영 (물을 마신다)

정예은 (냉정하게) 오빠, 이러지 마. 그래도 우리 한때는 좋아했잖아. 서로 사랑했잖아. 이런 식으로 끝내진 말자. 오빠, 이거 풀어줘. 

고두영 (혀로 이빨사이에 낀 것을 빼낸다) ….

정예은 (짜증 난다) 이거 풀어줘!! 풀으라구!! 이래서 뭘 어떡할 건데? 뭐가 어떻게 되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진짜? 내 얘기 듣고 있어? (소리 지른다) 뭐냐고, 이게!!!!!!!!

고두영 (접착테이프를 붙인다. 정예은을 조용히 들여다보며) 왜 비웃었어?

정예은 ….

고두영 (먹은 자리를 치우며) 저번 날에 너네 학교 앞에서… 내 옆을 지나가면서 너 나 비웃었지?

정예은 (말은 못 하게 됐고 고개를 흔든다) ….

고두영 (조근조근 말한다) 그래. 사귀다가 헤어질 수도 있어. 결혼했다가 이혼도 하는데 뭐….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라는 게 있는 거야. 안 그래? 그래. 우리 한때는 좋아했던 사람인데 사람을 그런 눈으로 보면 안 되지. 하긴, 너 나랑 사귈 때도 속으로 나 비웃었잖아. 너보다 후진 대학 다닌다고. (정예은을 향해 서서히 얼굴을 들이댄다) 내가 아무리 뭣 같애도 그럼 안 되지. 네가 뭔데 날 비웃어? (귀에 대고 갑자기 버럭) 어?

정예은 (튀어오를 듯 놀란다) !!!

-11회 알고 보면 모두가 특별한 사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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