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난 지 200년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만지에서는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출간을 시작한다. 그 첫 번째가 ≪죄와 벌≫이다.
역자는 오류 없는 번역을 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고군분투한 끝에 그 어떤 번역본보다 정확하면서도 말로 설명하듯 쉬운 현대적인 번역을 해냈다.
이 책에는 세계적 일러스트 작가인 프리츠 아이헨베르크의 목판화 29점이 실려 있다. 미국, 영국, 러시아에서 출간된 여러 ≪죄와 벌≫ 삽화들을 두루 검토한 결과 아이헨베르크의 작품이 가장 예술성이 뛰어나고 작품의 주제를 잘 드러낸다고 판단했다.
이 책은 총 1322쪽이지만 한 권으로 만들었다. 얇지만 비침이 적은 종이를 사용해 책의 두께는 4.5cm에 불과하다. 부드러워서 잘 펼져지므로 독서가 편리하다.
‘지만지 ≪죄와 벌≫’은 앞서 가죽장정 100부 한정판으로도 출간되어 판매 8일만에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앞으로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이 하나씩 출간될 때마다 한정판 역시 함께 제작할 예정이다.
100년 갈 4대 장편 번역의 시작
2018년 8월. 지만지 박영률 대표가 김정아 역자를 만났다.
“선생님에게서 도스토옙스키와 영혼의 스파크가 느껴집니다.”
이 예리한 통찰의 한마디에 역자는 사정없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자칭 소울메이트라고 부를 정도로 도스토옙스키를 사랑하는 역자인데, 박대표가 이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역자는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의 프로젝트를 예감했다.
박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100년 갈 번역을 해 주십시오.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을 선생님 번역으로 내고 싶습니다.”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번역의 서막은 이렇게 열렸다.
힙(Hip)한 번역
누구는 19세기의 도스토옙스키, 21세기의 역자와 박대표가 도스토옙스키 불멸의 대작들을 현대 독자들에게 그 누구보다 진실하게 전할 수 있도록 운명이 이끌었다고 한다. 역자는 국내에 번역된 도스토옙스키 작품들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때문에 도스토옙스키 앞에서 박대표와 한 약속, 100년 갈 번역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러시아어본, 영어본, 한국어본으로 수십 번 읽은 ≪죄와 벌≫을 오류 없이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고군분투한 끝에 매우 “힙한 번역”을 내놓았다. ‘힙하다’는 말은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트렌디하고 신선할 때 쓰는 표현이다. 달리 말하면 이 번역이 지극히 현대적이어서 요즘 말로 설명하는 듯 쉽고, 거기에 역자가 가진 발랄함이 더해져 유연하고 따뜻하고 친절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성이 독자로 하여금 이 대작이 가진 위엄과 육중함에 짓눌리지 않게 한다.
시각적 감명을 함께 주는 일러스트판
‘지만지 ≪죄와 벌≫’에는 총 29개의 삽화가 실려 있다. 이 삽화들은 미국 이스턴출판사(The Easton Press)에서 출간된 ≪Crime & Punishment≫에 수록된 것으로 프리츠 아이헨베르크(Fritz Eichenberg)가 제작한 목판화이다. 아이헨베르크는 독일계 미국인으로 여러 책에 삽화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의 삽화들은 작품 속 인물들이 전개하는 커다란 사건을 중심으로 제작되어 텍스트로 느끼는 것에 버금가는 시각적 감명을 안겨 준다. 이 책을 기획하면서 미국, 영국, 러시아에서 출간된 여러 ≪죄와 벌≫ 삽화들을 두루 검토했는데, 그중 아이헨베르크의 작품이 가장 예술성이 뛰어나고 작품의 주제를 잘 드러낸다고 판단했다.
역자가 도스토옙스키에게 바치는 오마주
역자가 4대 장편 중 ≪죄와 벌≫을 첫 번째로 선택한 것은 이 작품이 역자에게는 도스토옙스키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이다. 고교 3학년 때 ≪죄와 벌≫을 읽고 매료된 이후 러시아문학을 전공하고, ≪죄와 벌≫로 박사논문을 썼다. 역자는 “심신이 고된 대작을 번역하면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프고, 엉덩이의 감각이 없어지고, 허리, 어깨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나의 영원한 사랑 도스토옙스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기쁘다. 문장의 내용뿐 아니라 하나의 단어, 숫자가 갖는 의미까지 생각하다 보니 깨닫지 못했던 사실들이 눈에 들어왔다. 보면 볼수록,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새로운 맛이 났다. 도스토옙스키가 있어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며, 그가 남기고 간 글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며 내 삶을 보낼 수 있어 더 없이 행복했노라고 삶의 끝에서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