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의 축복, 프랑스 요리의 모든 것!
문화와 역사와 인생이 담긴 파리 미식 기행
“정치, 문화, 교육… 모든 걸 다 따져도 프랑스 요리는 가장 위에 있다.” 프랑스 셰프 레이몽 블랑(Raymond Blanc)은 자국 요리에 대한 완벽성과 자부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프랑스 요리는 수세기 동안 발전된 역사적 총체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다. 《관능의 맛, 파리》는 문화와 역사가 살아 있는 프랑스 미식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10년간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이 후 16년간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을 경영한 자타공인 프랑스 문화 전문가다. 그녀는 그동안 연구하고 체화한 프랑스 미식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들을 파리 전역을 배경으로 이 책에 펼쳐놓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프랑스 미식의 예술성과 진정성에 감탄하며 그동안 알지 못한 프랑스의 색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책의 특징
‘입’의 욕망에 충실한 프랑스인들을 말하다
한 나라의 식문화를 보면 그 사회뿐 아니라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 전체가 들여다보인다. 인간의 욕망과 쾌락을 차곡차곡 반영하면서 발전시킨 프랑스 요리는 이러한 이유에서 가히 관능의 맛이라 할 만하다. 프랑스 요리를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위대한 셰프들, 사디즘으로 분석한 푸아그라와 에스카르고 요리, 프랑스 할머니의 전통요리 등…… 이 책은 프랑스 미식에 관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다채롭고 색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그 세계의 문을 열면 프랑스의 문화와 사상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맛있는 요리에 집착하고 대화와 수다를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은 그야말로 ‘입’의 욕망에 충실하다. 말하고 먹고 즐기는 것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이들의 문화는 왕정 시대부터 발달한 화려한 식문화와 화술의 전통이 담겼다. 디저트 한 접시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겨진 프랑스 미식의 심오함이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위트 있는 해석을 통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또한 책에 등장하는 요리들은 저자의 치밀한 관찰과 감칠맛 나는 표현으로 그 맛이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나 우리의 혀끝을 자극한다.
눈이 즐거운 세계 최고 미식의 향연을 만나다
이 책은 단순히 프랑스 요리나 그 요리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 음식인 푸아그라나 에스카르고, 바게트, 각종 디저트 등은 저자의 독특한 해석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1부 사디즘의 맛’에서는 최고의 요리를 위해 거위와 달팽이 등을 가학하는 프랑스의 문화와 이를 통한 탐욕과 미식의 상관관계를 풀어냈으며 ‘2부 사람의 맛’에서는 프랑스 정통 요리가 탄생된 배경과 그와 관련된 프랑스인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3부 문화의 맛’에서는 프랑스 요리를 세계 최고로 발전시킨 위대한 셰프들의 역사가, ‘4부 자연의 맛’에서는 생산지 특성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와인과 소금, 송로가 소개된다. 특히 황홀한 맛을 자아내는 와인과 요리의 궁합 또한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 요리의 섬세함과 세련됨은 곧 프랑스의 문화와 사상을 닮았다. 20년 가까이 프랑스 식문화를 연구하고 관련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저자는, 요리라는 주제로 프랑스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면모를 담아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세계 최고의 프랑스 미식을 눈으로 맛보면서 색다르고 흥미진진한 프랑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누가 프랑스를 패션의 나라라 했던가? 패션이나 럭셔리한 것들은 모두 뉴욕이나 도쿄, 서울에 와 있고 요즘은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돈줄이다. 정작 파리에는 패션이 없다. 브랜드 마케팅이 있을 뿐이다. 그럼 파리에는 프랑스 혁명의 정신에 불타던 자유, 평등, 박애가 있을까? 대답은 역시 ‘NO’! 요즘 그 정신은 아랍 세계로 출장 가 있다. 프랑스인들을 삼색기 아래 함께 묶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미식에의 욕구’다.
(15p ‘구순기의 프랑스인들’ 중에서)
■ 양파수프에는 꼭 그뤼예르 치즈를 올려야 하는데, 한국에 흔한 밋밋한 모짜렐라를 올리면 절대로 그 맛이 나질 않는다. 두툼한 옹기에 누룽지처럼 노릇노릇하게 녹은 그뤼예르 치즈가 넘칠 듯이 덮여 있고 한 스푼 떠올리면 찍찍 늘어나며 입안까지 따라 들어오는 녀석을 그대로 돌려 입안으로 감아 넣는다. 곧이어 입 천장에 휘감기는 녹은 치즈, 노골노골하고 만족스런 맛의 이 치즈를 음미한 후에 아래쪽에 스푼을 넣어 푹 떠 올리면 양파의 진한 갈색 국물에는 빵덩이가 걸쭉하게 푹 적셔져 있다. 치즈와 함께 한 술을 떠서 입에 넣으면 양파가 버터와 함께 내는 고소한 향이 코끝을 유혹한다. 이어서 식욕이 왈칵 올라오며 수프를 확 덮치게 되는 거다.
(76-77p ‘가난한 이들의 풍요로운 식탁’ 중에서)
20세기가 되면서 유명한 파티셰이던 라뒤레는 로렌식의 마카롱 두 개를 붙여 가운데에 초콜릿, 커스터드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크림을 넣어 샌드를 만들고 과일이나 허브 등의 천연색소로 쿠키에 색을 입혀 현재 우리가 열광하는 마카롱의 모습을 만들었다. 마카롱은 겉의 쿠키는 바삭하니 씹히면서 속은 쫄깃한 촉감을 주어야 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기술이라고 한다. 공기 밀도에 따라 씹히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파리 시내에 마카롱으로 유명한 ‘피에르 에르메’나 ‘라뒤레’ 같은 곳은 언제나 북적북적하다.
(123p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에서)
파리는 전 세계 요리의 거대한 쇼핑센터다. 레스토랑도 등급과 요리의 종류, 가격 등이 수없이 다양하게 전문화되어 있어 미식가들의 끝없는 욕구를 맞추어준다. 마치 베르사이유 궁전의 살롱 같은 초일류 레스토랑에서부터 마루 바닥이 삐걱거리는 오래된 가게, 천정에는 빨간 조화가 가득 달려 있는 서민적인 비스트로나 브라스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가 그지없다. 이 안에서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요리를 쇼핑한다.
(202p ‘레스토랑에선 누구나 귀족이 된다’ 중에서)
어느 날 미디움 레어로 잘 구워진 좋은 스테이크 한 점에 1998년산 비욘디 산티 브뤼넬로 디 몬탈치노 리세르바 한 모금을 입에 넣었을 때였다. 소스에 담가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해 접시 한편에 흩뿌린 굵은 암염과 함께한 부드러운 안심이었다. 순간 앞에 있던 친구랑 눈이 마주쳤는데 이건 뭐 말이 필요 없었다. 이심전심, ‘퍼펙트!’ 딱 이 표정이었다. 이처럼 말랑한 남의 살의 느낌이 입안의 세포 하나하나를 감싸는 황홀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맛의 오르가즘, 꼭 전설적인 만남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먹거리들의 만남이 남녀의 관능적인 화학작용과 얼마나 비슷한가를 진정 가슴으로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232-233p ‘프랑스 미식의 정점, 와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