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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서주의자의 책

Description:... 표정훈, 그에게는 ‘지식인’보다는 ‘교양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파우스트적 욕망과 박람강기의 재주를 잘 겸비한 그는 출판평론가, 도서평론가, 출판칼럼니스트, 번역가, 저술가, 작가 등 다채로운 직함을 가지고 ‘책의 갈피마다 나 있는 길, 책과 책 사이로 나 있는 길, 그리고 책과 사람 사이, 책과 세상 사이로 나 있는 길’을 종횡무진 활발하게 걸어왔다. 이번에 발간된 『탐서주의자의 책』은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에 대한 책books on books'이면서 호모 비블리쿠스homo biblicus(책 사람)로서의 정체성과 내밀한 자의식 또한 드러내보이고 있다. 이 책은 그가 ‘표현하고文, 기억하고史, 성찰하고哲 싶은 것들을 적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 , 사 , 철의 기록이다. 그는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매문가賣文家’로 규정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자녀의 신상기록부를 작성하다 ‘부모 직업 기입란’에 맞닥뜨린 그가 고심 끝에 가 닿은 결론이다. 그가 스스로 정의하는 매문가란 ‘글을 팔아 법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을 뜻한다. 달리 표현하자면 “글을 제조해서 납기일에 납품하고 돈을 받는” 일종의 ‘글 제조업자’다. 글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일에 그는 아무런 자격지심이나 시름 섞인 감상을 부여하지 않는다. “글 시장에서 팔릴 만한 상품을 내놓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내맡기는 일은 신성할 것까지야 없지만 천하지도 않다. (...) 나는 자랑할 것도 없지만 부끄러울 것도 없는 매문가”라는 표현에는 자신의 일에 대한 건강한 긍정과 프로다운 균형 감각이 배어 있다. ‘기획 의도와 독자의 필요에 부응한다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갖고 ‘글 상품의 질적 재고를 위해 생산량을 줄이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려는 그의 다짐에서 당당한 직업적 윤리의식 또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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