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책이다. 몇 년간 이렇게까지 나를 흔들어놓은 글은 없었다.” _앨리스 먼로
“매혹적인 성취… 앤 카슨은 과감하고 지적이며 감정을 동요시키는 작가이다.” _수전 손택
‘실연의 철학자’, ‘캐나다의 천재 시인’ 앤 카슨의 대표작 2종이 국내 초역으로 소개된다.
<뉴욕 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책’,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
앤 카슨에게 큰 명성을 안겨준 대표작 《빨강의 자서전》은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의 12과업 중 열 번째 노역의 에피소드를 영웅이 아닌, 그가 화살로 쏘아 죽인 빨강 괴물 게리온의 입장에서 다시 쓴 작품이다. 신화 속 영웅과 괴물의 이야기는 비정하고 아름다운 소년 헤라클레스와 빨강 날개를 단 외로운 소년 게리온의 사랑 이야기로 옮아간다. 특별한 한 소년의 성장담은 ‘아름답지만 마음을 찢는’ 시인의 언어로 묘사되며 저자에게 ‘실연의 철학자’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기도 했다. 미국 출간 당시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뉴욕 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책’으로 선정되었다.
사랑의 가해와 피해,
영웅담에 희생된 빨강 소년이 다시 써내려가는 괴물의 자서전
《빨강의 자서전》(1998)은 앤 카슨의 전문 분야인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 영웅담의 새롭고 독창적인 해석이다. 신화의 헤라클레스는 아내와 아들을 죽인 죄를 씻기 위해 12번의 과업을 수행해야 하고, 그중 열 번째 과업이 바로 빨강 섬에 사는 빨강 괴물 게리온을 죽이고 그의 빨강 소떼를 훔쳐오는 것이다. 카슨은 이 일방적인 영웅담을 ‘피해자’ 게리온의 입장에서 다시 쓰기로 한다. 그리고 한 잡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게리온의 괴물성(怪物性)’에 매료된 이유를 “우리 모두 항상 자신이 괴물이라고 느끼니까요”라고 말했다.
소설 속 게리온은 어깨에 작은 빨강 날개를 달고 태어난 소년이다. 그는 형에게 육체적으로 학대당하고 있지만 사랑하는 어머니를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비밀을 말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게리온은 외적인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오직 ‘내적인 것’만이 가치가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내면을 기록하기 위해 그만의 ‘자서전’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게리온은 커다란 코트 속에 날개를 감추고 다니는 내향적인 사춘기 소년으로 자라난다. 그리고, 운명처럼 소년 헤라클레스를 만난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둘은 마치 강조의 ‘이탤릭체’로 표시된 것처럼 서로를 즉시 알아보았고, 곧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신화 속 영웅이 그랬던 것처럼 헤라클레스는 게리온을 죽음보다 더한 상처 속에 버려두고 만다.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난 게리온은 그곳에서 다시 한 번 헤라클레스와 마주친다. 하지만 옆에는 그의 새로운 연인 앙카시가 있었고, 게리온의 빨강 날개를 보게 된 앙카시는 그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해준다. ...
이 책의 도입부는 고대 그리스 최초의 서정시인 스테시코로스와 그의 작품 《게리오네이스》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실제 고전학자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앤 카슨은 많은 부분이 유실된 그 작품을 완전한 소설로 재구성하려 시도했고, 그 결과 ‘시로 된 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은 《빨강의 자서전》이 탄생한 것이다. 일종의 머리말 형식으로 스테시코로스가 문학사에 미친 영향을 고찰하고, 스테시코로스의 작품 일부가 소개되며, 트로이의 헬레네와의 일화가 다루어지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저자와 스테시코로스의 인터뷰가 실린다. 물론 이 또한 실제와 가상이 뒤섞인 앤 카슨의 창작물이다.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마이클 커닝햄이 언급한 것처럼 《빨강의 자서전》은 다른 어떤 작가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감정적으로, 미학적으로, 지적으로 모두 만족시켜주는 보기 드문” 앤 카슨만의 특별한 작품이다.
■ 발췌문
형용사란 무엇인가? 명사는 세상을 이름 짓는다. 동사는 이름을 움직이게 한다. 형용사는 어딘가 다른 곳에서 온다. (…) 형용사는 그저 부가물에 지나지 않는 듯하지만 다시 잘 보라. 이 수입된 작은 메커니즘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특정성 속에서 제자리에 머무르게 한다. 형용사는 존재의 걸쇠다.
게리온은 표지에 ‘자서전’이라고 썼다. 안에는 사실들을 적었다.
게리온에 대해 알려진 모든 사실
게리온은 괴물이었고 그의 모든 것이 빨강이었다.
게리온은 빨간 곳이라고 불리는 대서양의 한 섬에 살았다.
(…) 어떤 사람들은 게리온이 여섯 개의 손과 여섯 개의 발을
갖고 있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 날개가 있었다고 한다.
게리온은 빨강이었고 그의 이상한 소떼도 빨강이었다.
어느 날 헤라클레스가 와서 게리온을 죽이고 소떼를 차지했다.
게리온은 질문과 응답으로 사실들을 따라갔다.
질문 헤라클레스는 왜 게리온을 죽였나?
가끔 여행은 필연이다.
‘정신이 홀로 은밀히 지배한다 육체는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열네 살이면 본능적으로 아는 진실이고
열여섯 살에 머리에 지옥이 들어 있을 때도 기억할 수 있다.
게리온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헤라클레스는 단 한 번도 물은 적이 없었다.
그들 사이의 공간에 위험한 구름이 생겨났다.
게리온은 다시 그 구름 속으로 들어가선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갈망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검은 핏자국이 묻은
반짝이는 가시들이 눈에 선했다.
사랑을 나눌 때
게리온은 자신에게서 아치를 그리며 멀어져
아무도 모르는 어두운 꿈속으로 들어가는
헤라클레스의 등뼈를 하나씩 천천히 만지는 걸 좋아했다.
■ 추천의 글
놀라운 책이다. 몇 년간 이렇게까지 나를 흔들어놓은 글은 없었다. _앨리스 먼로(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매혹적인 성취…… 앤 카슨은 과감하고 지적이며 감정을 동요시키는 작가이다. _수전 손택(예술비평가)
《빨강의 자서전》은 감정적으로, 미학적으로, 지적으로 모두 만족시켜주는 보기 드문 책이다. _마이클 커닝햄(퓰리처상 수상작가)
이 책을 읽고 많이 울었다. 언어가 아름다운 만큼 그 등장인물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_제스민 워드(전미도서상 수상작가)
앤 카슨은 나에게 오늘날 영어로 된 가장 흥미로운 글을 쓰는 시인이다. _마이클 온다체(부커상 수상작가)
캐나다의 앤 카슨은 상당히 놀랍다. 나는 그녀에게 완전히 사로잡혔다. 지난 몇 달간 나는 집요하게 그녀를 탐독했다. 정말 멋진 작가이다. _해럴드 블룸(문학비평가)
만약 그녀가 산문 작가였다면 곧바로 천재로 알려졌을 것이다. _콜럼 토빈(코스타 상 수상작가)
앤 카슨은 어떤 시인이든 간절히 원하는 언어를 쓴다. 즉, 관능적이고 재미있고 통렬하고 음악적이고 섬세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그런 언어를. _루스 퍼델(2014년 T. S. 엘리엇 상 수상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