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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배우 할 생각 없냐고 명함 좀 받아 봤던 남자. 문채혁.
2년 전 비에 젖은 채 품에 뛰어든 남자, 승호에게 휘말리듯 하룻밤을 치른다.
다음 날 눈을 뜨니 옆자리에 자고 있던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남은 건 3만 원과, "이것"?!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주고 간 걸까? 궁금해서 한 번, 어이없어서 한 번, 열받아서 한 번씩 곱씹었더니 어느새 기억 속에 콱 박혀 버렸다.
제 발로 다시 찾아온 이 똥강아지 같은 남자의 마음속이 궁금해 주위를 서성거리지만,
채혁을 새까맣게 까먹어 버린 앙큼한 한 줌 강아지는 덩치 큰 대리님이 불편하고 무섭기만 한데.
2년 전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요!
***
“승호 씨. 혹시 내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네?”
문채혁은 들고 있던 책의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훑어본 후 승호가 쌓은 책더미 위에 툭 올려놓았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 살짝 고개를 비틀자 선명하게 각이 진 턱선이 드러났다.
옅은 미소가 서린 낯은 딱히 화난 기색은 아니었다. 하지만 꼭 사채 빚 받으러 온 깡패처럼, 은근히 사람을 괜히 기죽게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키와 체구가 큰 탓에 압박감이 더했다. 승호는 저도 모르게 말끝을 늘였다.
“대리님, 그게 무슨 소리세요오….”
“내가 싫어서 내가 오는 거 보고 들고 있던 책 냅다 던져 버린 게 아닌가 해서.”
“아니, 아닙니다. 제가 대리님께 왜 그러겠어요. 오해십니다.”
이게 무슨 억측인가 싶어 승호가 황급히 변명했다. 문채혁은 가지런히 쌓인 책더미를 가볍게 들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호가 따라 일어서며 돕는 시늉을 했으나 그는 탑처럼 쌓인 책을 책상에 가볍게 툭 내려놓았다.
“싫어서 그런 게 아니면 좋아서 그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