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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없겠지만

Description:...

“우리는 무적이었다.

매일 모든 걸 망쳤지만, 다음 날 다시 새롭게 시작했다”


여자라고, 백인이 아니라고, 뚱뚱하다고

우리가 우리라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일들에 관한

시니컬하고 유쾌한 수다


91년생 인도계 캐나다 여성 저널리스트 사치 코울의 첫 에세이 『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그럼에도 사소하지 않은 나의 일상에 대하여』(작은미미·박원희 옮김)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가족과 사랑, 우정, 술, 트위터 등 스물 몇 해 동안 저자를 괴롭히고 살아가게 한 것들을 통해, 저자가 인도계 이민 2세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가는 모습을 시니컬하고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책이다.


저자 사치 코울은 인도에서 결혼하고 캐나다로 이민 온 부모님을 둔 이민 2세대로서, 인도 여성의 외모로 캐나다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뉴욕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듯 ‘젊은 인도계 캐나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일상에서 대면해야 했던 순간들에 대해 이 책에서 주저 없이 털어놓는다. “비백인 비남성 작가들의 글을 더 많이 읽고” 싶다는 트윗을 올렸다는 이유로 저자는 사이버불링을 당하면서 온갖 성적·인종적 혐오 표현을 들어야 했다(5장). 남자가 몰래 약물을 탄 술을 마시고 성폭행 당할 뻔한 일화를 들며, 어째서 여자들은 왜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술을 마실 수도 없”는지에 대해 분개한다(7장). 누구의 피부색이 더 옅은 갈색인가를 따지며 흰 피부색을 선망하는 인도의 세태를 주변인의 시선으로 살피는 한편, 자신 역시 흰 피부색을 선망해온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기도 한다(3장).


코울은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이슈들을 때로는 발랄하고 화끈하게, 때로는 진지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에게 중요한 건 무엇인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과거에는 감추곤 했던, 지금도 가끔은 갖다 버리고 싶은 부분을 자기 자신으로 감싸 안으며 우리가 여자라고, 백인이 아니라고, 뚱뚱하다고, 우리가 우리라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일들에 맞서 목소리를 높인다.


“내가 생각하는 미디어의 이상적인 모습은, 나와 비슷한 타자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릴 때 나와 비슷한 사람에 대한 기사나 영화를 보고 싶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우리와 비슷한 누군가를 보는 것은 분명히 우리를 변하게 한다.” _152쪽


이 책에서 사치 코울이 써 내려간 자기 삶의 면면은 이상적인 것,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과는 거리가 멀다. “캐나다에서 살게 해준 것에 감사한 줄 알라”라며, 백인 남자 친구 ‘햄 군’을 집으로 데려오자 묵언 수행으로 응답하는 이민자 부모님과는 여전히 티격태격하기 일쑤다. 비백인 여성이라서 겪는 일에 대해 햄 군에게 완전한 공감을 얻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속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관통하는 동시대성이 있다. 매일 모든 걸 망치지만 다음 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 말이다. 투덜투덜 조잘대는 코울의 글 속에는 우리의 삶이 있다. 그렇기에 저자가 당당하게 외치는 ‘비주류’ 이야기는 우리의 외로움을 덜어줄 만큼의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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