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우정이면 난 친구 없다.’
고등학생 때 만나 근 10년의 세월을 함께 한 동갑내기 친구인 세원과 도담.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게 일상인 사랑둥이 도담에게 속수무책으로 말려 오랫동안 짝사랑 중인 세원. 서로 못 챙겨서 안달인 두 사람의 우정이 사랑으로 뒤집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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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원 각 잡고 선수 했으면 선발전 프리패스일 텐데.”
“너한테 프리패스 당하고 싶은데 나는.”
소파에 얼굴을 기댄 탓에 도담의 볼이 찌부러졌다. 세원이 욕실로 가다 말고 방향을 틀더니 다시 도담에게 다가와 튀어나온 볼을 쿡 찔렀다.
“민세원 나 너무 좋아해서 어떡해.”
“은도담이 데리고 살아야지 어떡해.”
“그렇게 하다가 진짜 반하면 답도 없어.”
“이렇게 꼬시는데 안 통해서 내가 속이 많이 타. 좀 넘어와. 잘해 줄게.”
넘어오라는 마음은 안 넘어오고, 소파를 폴짝 뛰어넘은 도담이 세원에의 앞에 섰다.
“세원이가 제일 낫긴 해? 근데 그러다 우리 둘이 같이 늙어 죽어.”
도담은 세원의 딱딱한 삼각근을 꾹꾹 눌러 보고는 침실로 쏙 들어갔다. 세원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도담이 누르고 간 팔뚝이 찌릿했다.
“그러고 싶은데.”
후…. 세원이 심호흡을 하며 허리를 짚었다.
***
“나 지금 완전 향기 좋지 않아? 인간 섬유유연제.”
도담이 입고 있는 긴소매에 코를 박고 킁킁 거리며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수석이 열릴 때부터 비누 향이 확 풍겨 들었다. 그게 또 도담의 이미지와 딱 맞아 덩달아 기분 좋은 참이었고. 물론 세원의 마음은 도담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부터 심장이 스마일 모양으로 변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없이 누그러졌다.
“섬유유연제 광고 찍었다고 광고를 하는구나 싶었어.”
“순수한 척하느라 좀 현타 왔는데 향기 치료 받으면서 해결했다. 많이 받아 왔으니까 나눠 가지자.”
“그거 나보고 네 옷들 열심히 빨래하라는 소린가?”
“뭘 또 그렇게 곡해해? 야 내 집에도 네 거 많아. 성심성의껏 네 거 빨아 줄게”
도담의 마지막 말에 기어에 손을 올리려다 멈칫한 세원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핸들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