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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순 소장 고소설 100선 _15 윤선옥전, 춘매전, 취연전

Description:...

  1. 윤선옥전


<윤선옥전>은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474종에서 정선한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중의 하나이다. <윤선옥전>은 유일본이며 작자와 창작연대를 알 수 없는 작품으로서 지질이나 묵필 등의 상태로 미루어 보아 필사한 지 100여 년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필사는 두 사람 이상이 번갈아 가면서 한 듯 보이고, 글자체는 그다지 좋지 못하여 판독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서지 형태는 세로 30cm이고 가로 20cm로서, 총 96면인데 한 면의 행수는 8~10행이고 한 행은 15~20자이다.


<윤선옥전>은 18, 19세기에 전성기를 이룬 대중적인 고소설의 특징을 대부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영웅소설이면서 적강소설이고 애정소설이고 창작군담소설이다. <윤선옥전>은 고소설의 전형성을 잘 갖추고 있으면서도 특징 또한 두드러진다. 작품의 길이는 중편에 그치지만 남주인공의 영웅성에 대한 형상화, 군담의 배치, 윤선옥의 아버지인 윤보상의 부각, 아내인 박소저의 영웅성 획득 등은 윤선옥전을 개성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윤선옥전은, 고소설은 천편일률적이라는 선입견을 던지고 읽는다면 개성이 강한 유일본이라는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하게 될 것이다.


2. 춘매전


<춘매전>은 작자·연대 미상의 국문필사본 고소설로서,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474종에서 정선한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을 대본으로 하였다. <춘매전>은 작자·연대 미상의 국문필사본 고소설이다. <유씨열행록>의 이본으로서 작품 제목이 다양하게 전하여 한 때 이본이 없는 작품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20종 정도의 이본이 국문필사본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작품은 민간에 널리 퍼져 있던 열녀설화烈女說話와 재생설화再生說話, 열행을 제재로 한 선행 고소설 등의 영향을 입어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의 성격으로 볼 때 부녀자를 중심으로 하는 독자층에게 읽혔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품의 제목이 ‘유부인전’·‘유씨부인전’·‘유씨열녀전’·‘유씨열행록’·‘劉氏傳’·‘柳氏傳’·‘뉴씨전’·‘이춘매전’·‘춘매전’·‘춘무전’ 등으로 아주 다채롭게 나타나고 있어, 그만큼 독자층이 넓고 독자들의 호응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춘매전>은 열녀계 소설로서, 열행烈行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죽음과 재생이라는 모티프가 활용된 작품이다. 여자주인공인 유씨 부인의 열행이 강조되고 있고, 열행에 대한 사회적 보상심리로서 재생을 통한 행복한 결말을 그리고 있다. 고소설 중에서는 길이가 비교적 짧은 소품에 해당되는 작품이지만 소설적 흥미는 뒤지지 않는다. 앞서 설명했듯이 작품 제목이 다양한 데서 널리 고소설 독자들에게 읽혔음이 증명된다. 가장 큰 특징은 춘매에게 닥친 불행이 양가 집안의 불행이 되고 여주인공의 정성으로써 춘매가 재생하면서 온 집안이 다시 행복하게 된다는 점이다. 얼핏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내용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춘매전>은 곳곳에 독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더욱이 가족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는 점은 고소설의 현대적 의의를 더해 주는 작품으로서 평가된다.


3. 취연전


<취연전>은 한글필사본으로 전하는 고소설이다. <취연전>은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474종에서 정선한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을 대본으로 하였다. <정을선전>과 선후관계에 있는 작품으로서, 가정소설 유형에 속한다. 가정소설은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가족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 고소설 유형이다. <취연전>의 형성시기는 이본들의 필사시기로써 대강이나마 추정해 볼 수 있는데, 늦어도 1880년대 이전에는 성립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취연전>은 가정소설 중에서도 계모형 구조와 쟁총형 구조를 모두 가진 작품이다. 작품의 전반부는 계모형이고 후반부는 쟁총형이다. 전반부를 구성하는 계모형 가정소설의 구조는 전처의 딸과 후처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다루고, 후반부를 구성하는 쟁총형 가정소설의 구조는 전실과 후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 두 유형이 다 들어 있다 보니, 주인공의 고난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취연은 여주인공의 이름으로서, 전반부 즉, 어려서는 계모에 의해 핍박을 받고, 후반부 즉, 결혼 후에는 후실에 의해 고통을 겪는다. 


<취연전>은 가정소설의 후대적 변모라는 점에서 의의가 큰 작품이다. <취연전>에는 계모형 가정소설과 쟁총형 가정소설의 갈등구조가 연결되어 있으면서, 두 상이한 갈등구조가 하나의 구조로 성공적으로 통합되어 있다. 두 구조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취연전>을 가정소설의 새로운 유형으로 탄생시키고 있다. 또한 두 구조의 통합은 여성중심적 시각에서 사회적 의미의 표출을 가능하게 한다. 계모형과 쟁총형의 갈등 속에서 주인공의 고난은 중첩되어 나타난다. 이는 여성의 수난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니, 여성의 수난은 고소설 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의 사회적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남존여비, 남성 우위의 사회현실 등의 배경에서 취연이 겪는 고난은 일정한 사회적 의미를 표출한다.


<취연전>은 <정을선전>과 함께 가정소설의 발전적 확장이라는 의의를 갖는 작품이다. 가정소설이 중세의 사회구조 속에서 일어나는 가정에서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면, <취연전>은 갈등에 대한 예각화된 시각이 반영되어 형성된 작품이다. 그러한 취연전은 고소설사적으로 의의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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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11~18) >


21세기를 ‘문화 시대’라 한다. 문화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이 고부가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문화 시대’라는 말을 과장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문화 시대’에서 빈번히 들을 수 있는 용어가 ‘문화산업’이다. 문화산업이란 문화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상품으로 만드는 산업 형태를 가리키는데, 문화가 산업 형태를 지니는 이상 문화는 상품으로서 생산‧판매‧유통 과정을 밟게 된다.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에 관심을 가질수록 문화 산업화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문화가 상품의 생산 과정을 밟기 위해서는 참신한 재료가 공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나,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그 훌륭함이 증명된 고전 작품을 돌아봄으로써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 고전적 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하여 대중에게 내놓을 때, 과거의 문화는 살아 있는 문화로 발돋움한다.


이제 고소설에서 그러한 가치를 발굴함으로써 문화 산업화 대열에 합류하고자 한다. 소설은 당대에 창작되고 유통되던 시대의 가치관과 사고 체계를 반드시 담는 법이니, 고소설이라고 해서 그 예외일 수는 없다. 고소설을 스토리텔링,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새로운 문화 상품으로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문화생산자들이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고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소설의 대부분은 필사본 형태로 전한다. 한지韓紙에 필사자가 개성 있는 독특한 흘림체 붓글씨로 썼기 때문에 필사본이라 한다. 필사본 고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쉽지가 않다. 필사본 고소설 대부분이 붓으로 흘려 쓴 글자인데다 띄어쓰기가 없고, 오자誤字와 탈자脫字가 많으며, 보존과 관리 부실로 인해 온전하게 전승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사라진 옛말은 물론이고, 필사자 거주지역의 방언이 뒤섞여 있고, 고사성어나 경전 용어와 고도의 소양이 담긴 한자어가 고어체로 적혀 있어서, 전공자조차도 난감할 때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고전적 가치가 있는 고소설을 엄선하고 유능한 집필진을 꾸려 고소설 번역 사업에 적극적으로 헌신하고자 한다.


필자는 대학 강단에서 40년 동안 강의하면서 고소설을 수집해 왔다. 고소설이 있는 곳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어디든지 찾아가서 발품을 팔았고, 마침내 474종(복사본 포함)의 고소설을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에는 고소설로서 문학적 수준이 높은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이들 중에는 학계에도 알려지지 않은 유일본과 희귀본도 있다. 필자 소장 474종을 연구원들이 검토하여 100종을 선택하였으니, 이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이라 이름한 것이다.


고소설은 그 주제가 대체로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관념적이고 도식적인 결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고, 그 내용도 모두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 거의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이라 할 수 있으며,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이나 우연에 의하여 전개되거나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쓸모가 없고 그 가치도 낮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시금 반복하여 음미해보면, 이들 작품은 우리의 사상과 감정의 원천이며, 우리 민족의 본질적인 면을 가득히 가진 가장 한국적인 가치 있는 보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고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 옛 선조들이 즐겨 사용했던 여러 사물이나 생각에 대한 용어를 알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사상과 감정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대한 태도를 이해할 수도 있으며, 이는 문장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필사본 고소설은 우리가 문화민족이었다는 증거이며 한민족문화의 보고寶庫로서 우리 조상이 물려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우리 고전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읽고 음미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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