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열정
Description:...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단단한 뿌리를 가진 ‘조용한 열정’을 가진 작가 조은. 2년 전, 『벼랑에서 살다』 산문집에서 독신의 전업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신산함과 가난한 이웃들의 생명력을 섬세하고 결기 있는 필치로 그려내 따뜻한 반응을 얻었다. 『벼랑에서 살다』에서 시인이 몸담고 있는 현재의 시공간을 그려냈다면, 두번째 산문집 『조용한 열정』에서는 그의 내면을 형성한 과거의 어둔 기억을 더듬어 내려간다. 가족 그리고 제도 교육과 불화했던 나날들, 죽음을 기다리며 삶을 허비했던 날들, 그 예민하고 우울했던 시절에 겪었던 마찰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상처는 성숙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아물기도 하고, 또 시로 발효되기도 했다. 성장통을 깊이 앓았던 그의 내면을 따라가다보면 자의식이 강했던 한 여자 아이가 한 명의 시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궤적을 그려볼 수 있다. 조은에게 있어서 상처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그때와 같은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게 한다. “나는 요즘 흙탕물처럼 임시방편적으로 가라앉혀 놓은 생각들을 하나하나 들춰내서 쓸개처럼 핥고 있다.” 이 책은 그 쓰디쓴 회상의 결과물이다. 과거를 향한 조은의 여정에는 사진작가 정경자가 동행했다. 올 봄, 한 방송국의 개국 특집 프로그램 에 출연했던 조은은 스태프였던 정경자의 “조용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에 매혹되어 꼭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정경자 또한 조은과의 만남에서 5년간 놓았던 카메라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게 되었고 사진 공부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서로의 ‘조용한 열정’을 발견한 두 사람은 글 16편, 사진이 68컷이 어우러진 책을 함께 펴냈다. 철조망, 새장, 길, 붉은 산당화, 말라붙은 대지, 말갛게 눈을 뜨고 죽은 생선들, 초라한 풀꽃들, 누렇게 말라가는 책장들...... 정경자가 찍은 총 68컷의 사진들은 조은의 트라우마를 흐릿하면서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느낌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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