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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읽다: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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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본 사람이 전하는 100퍼센트 리얼 태국 & 태국 사람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남아 휴양지, ‘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세대마다, 여행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기성세대에게 태국은 한때 밤 문화가 가장 발달한 여행 국가로 인식되었고 요즘은 꽤나 만족도가 높은 골프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쇼핑센터와도 같은 방콕에서 화려한 휴양과 세계적인 미식을 즐기거나, 남부 바닷가 마을로 달콤한 커플 여행을 떠나거나, 치앙마이나 수코타이 같은 역사도시를 찾아 가장 태국적인 멋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토록 인기 있는 여행국이지만 현대 태국의 진짜 모습,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이면에 대해서는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2020년 말 코로나 펜데믹이 터지기 직전, 태국의 젊은 세대들이 방콕의 가장 번화한 거리로 뛰쳐나와 우리나라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등을 부르며 촛불을 켜고 행진하는 모습이 전파를 탈 때, 태국 내 정치사회적 개혁을 요구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정부군과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의해 완전히 묵살당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때, 그곳이 진정 우리가 알던 평화로운 태국인지, 화려한 여행도시 방콕인지를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과연 태국은 어떤 정치사회 구조를 갖고 있기에 그런 일이 벌어진 걸까? 세대 간 격차는 어떤 문제들에서 얼마나 크게 벌어져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익히 알던 ‘미소의 나라 태국’의 이미지는 겉모습에 불과했던 것일까?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속을 깊숙이 들여다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시리즈만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텍스트는 없을 것이다. 특히, 영국인 경제인류학자로 태국과 라오스 접경지대를 오가며 대부분의 삶을 보낸 저자가 쓴 ≪세계를 읽다 태국≫은(그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라오스 편의 저자이기도 하다) ‘태국인’을 뜻하는 단어로 규정되기 이전의 타이(Thai) 그리고 타이 문화에 대해 뿌리까지 캐고 들어가 오늘날 태국과 태국인의 삶에 배어 있는 낯선 정서들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세계를 읽다〉 시리즈는 전 권이 비슷한 구성을 따르고 있다. 제1장은 해당 국가에 대한 첫인상으로 시작하는데, 저자는 이 책의 초판을 썼던 1982년과 최신 개정판을 낸 2018년 사이, 급변한 태국 사회의 모습과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글을 시작한다. 제2장은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종합적 서술이다. 프랑스 정도 면적의 코끼리 머리를 닮은 땅덩어리에 북동쪽으로는 라오스와 캄보디아, 서로는 미얀마, 남으로는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면한 태국은 수도 방콕을 포함한 중부 평야지대 외에 크게 세 개의 이질적인 문화권으로 나뉜다. 고고학자들은 지금도 라오 말을 쓰는 태국 북동부를 세계 최초로 도자기를 생산하고 쌀을 경작하고 청동기 문명이 번성한 지역 중 하나로 지목한다. 저자는 진정한 최초의 태국 왕국이라 말할 수 있는 ‘수코타이’ 시절부터 군주제와 싹디나 신분제 등 오늘날 태국사회의 중요한 특성들이 확립된 ‘아유타야’ 시대, 그리고 지금까지 유지 중인 ‘짜끄리’ 왕조의 계보를 훑고, 태국 인구의 99퍼센트가 믿고 있는 불교를 비롯해 이들 사회가 신성시하는 것들에 대해 소개한다.


제3장은 ‘태국 사람들’, 4장은 ‘태국 사회 이해하기’가 주제다. 69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태국인이 공통적으로 따르고 있는 가치들과 그 속에서도 다양하게 지켜지고 있는 소수 문화를 소개한다. 불교와 애니미즘적 요소가 별 구분 없이 뒤섞인 생활 관습들, 어떤 관계에서나 철저하게 가려지는 연공서열과 가족 중심의 사고, 태국인의 미소에 담긴 사회적 기능과 대상에 따라 다른 와이(합장 인사)로 인사하는 법, 옷차림과 연애, 호칭을 사용할 때의 에티켓, 태국 민속 예술부터 문학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풀어낸다. 제5장은 태국에서 한 달이라도 살아보게 된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정보들로 가득하다. 비자 받기부터 숙소 구하기, 은행, 병원, 대중교통 이용하기,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방법부터 결혼, 출산, 사망에 대한 절차까지 소상히 안내되어 있다.


제6장은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태국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먹는 것은 태국인에게 국민적 여가이며 모든 모임과 유흥은 음식을 기본 전제로 한다. 태국의 대표적 전통 요리들과 식당에서 양념을 사용하는 법, 그리고 태국인들이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일상 식사와 너무 잦아서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간식 및 외식 문화를 소개한다. 제7장은 ‘태국 문화 즐기기’ 편이다.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축제 일정이 1년 단위로 소개되어 있으며, 뜻밖에도 인생의 통과의례에 관한 해설이 이 장에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태국에서 삶은 의례의 연속”처럼 보이며, 인생에서 즐거움의 요소를 무척 중시하는 태국 사람들이 심지어 장례식에서조차 그것을 잊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인생의 중요한 통과의례는 어느 문화권이나 비슷하지만 태국의 경우 출생, 결혼, 사망 외에도 아이가 11세나 13세가 되었을 때 사춘기를 축하하며 치르는 꼰쭉 의식, 그리고 20세를 넘긴 남성이 불교의 계를 받을 때 행하는 수계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8장은 ‘태국어 배우기’, 9장은 ‘태국에서 일하기’다. 태국어는 자음 44자, 모음 24자에 5성조를 가진 언어일 뿐 아니라 유기음, 무기음 자음과 장모음, 단모음 등이 있어 말을 배우기도, 정확하게 발음하기도 매우 어렵다. 이 언어를 로마자로 음역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외국인들은 발음을 잘못해 의미까지 다르게 전달하는 실수가 허다하다. 한편 직장에서조차 재미를 추구하고 가족과 함께, 혹은 어디서든 가족적인 관계를 만들어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태국의 직장 문화는 외국인 경영자들을 종종 난감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제10장에는 태국의 기본적인 국가 정보와 행정구역 지도, 태국 출신의 유명인, 태국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등이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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