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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금(翡翠衾)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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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꼴이 된 게 누구 때문인데? 그 할망구가 온 중원에 내 이름을 팔고 다녔잖아! 코흘리개 시절부터 그 늙은이 남편감이라고 조롱받고 살았어! 그런데 이젠 그 여자 따라 강호행도 가라고? 미친 거 아니야?”

강호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소년 시절부터 절친한 남궁세가의 검제(檢帝)와 하북팽가의 도왕(刀王) 사이의 약속.

[우리, 자식들을 정혼시키는 건 어떤가?]

빌어먹을 태중언약이었다.

나는 그냥 태어났을 뿐인데, 나보다 열두 살이나 많은 여자가 내 부인감이라니.

[저기 보게, 옥검룡(玉劍龍)의 꼬마 신랑이로구만!]

[옥검룡도 참 오~래 기다려야겠어요? 부군이 저렇게 어려서야.]

말 그대로, 어디를 가든 이런 비웃음이 내 뒤통수에 달라붙었다.

그 여자, 옥검룡 남궁연은 구애를 받을 때마다 내 이름을 팔며 거절했기 때문이다.

미친 여자 아닌가?

‘그런데 그 망할 여자를 대장 삼아 쫄래쫄래 다니라고?’

그 여자와 첫 강호행을 함께하라니.

남궁연은 내 인생에 도움은커녕 시련만 주고 있었다. 평생 그랬다.

이게 원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러나 15년 만에 마주한 여자는, ……무슨 사람이 저렇게 생겼단 말이냐.

가슴 한편에 뒤틀린 만족감이 불쑥 솟았다.

‘...이 팽천호의 존함을 팔고 다닌 여자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지만 이 얼어 죽을 강호행, 시작부터 거슬리는 게 한둘이 아니다.

내 눈앞에서 대놓고 그 여자에게 집적대는 놈들이 있지를 않나,

나를 개망나니 소도둑 취급하는 시선은 또 뭐고?

남궁연은 태어나기 전부터도 내 것이었다.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저들이 뭐라고 내게서 그 여자를 싸고돌아?

‘생각할수록 열받네. 진짜 혼인해 버릴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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