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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205호(202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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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하에서 권력은 응당 공동체 구성원을 위해 행사되어야 한다. 권력이 위임받은 권한을 늘 정당하게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국민의 인정을 받고 정당성을 얻기 위한 노력 정도는 해왔다. 그러나 경제·사회·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윤석열정부는 4월 총선에서 참패했음에도 국정운영 기조를 조정하거나 민심을 존중한다는 뜻을 조금도 표하지 않는다. 여전히 대통령거부권 행사를 일삼고 자격 없는 이들을 국가의 요직에 배치하는 자해 인사를 거듭하며 권력을 남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열성적이다. 사실상 정부가 ‘통치’를 포기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본지 편집주간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무엇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 노릇을 하기 위해서 윤석열정부의 조기종식을 빠르게 이끌어내야”(‘책머리에’) 함을 강조하며, 지금이 바로 정치전환을 위한 폭넓은 상상력과 창조적 지혜가 필요한 순간임을 상기한다.

『창작과비평』 2024년 가을호는 한국사회가 창조적·평화적·민주적으로 정치전환을 이루어온 역사적 경험들을 기억하며 특집 ‘2기 촛불정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한다. 주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영향력을 발휘해온 미디어의 역할을 점검하고 정치권의 비전과 전략을 살펴보며 논의의 물꼬를 트고자 한다. ‘논단’란에는 최근 북한이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규정한 데 대한 평가와 함께 평화를 위한 향후 전망을 담는다. 의대 증원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정작 의료공공성은 논의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 ‘대화’, 이태원참사 특별법 통과 이후 남은 숙제들을 짚는 ‘현장’글을 소개한다. 고 신경림 시인의 시세계를 조망한 나희덕 시인의 문학평론, 9년 만에 신작 소설집을 낸 전성태 소설가의 작가조명 인터뷰 및 새 계절의 시·소설 신작들 역시 다채롭게 담겼다.

[특집] 2기 촛불정부,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이번호 특집은 위기의 순간마다 저력을 발휘한 한국사회의 역사적 힘을 기억하며 ‘2기 촛불정부,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묻는다.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위원 전지윤은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는 레거시 미디어에 대해 국민적 불신이 증가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동시에 촛불혁명 이후 중요한 국면마다 미디어의 영향이 강력했던 만큼 2기 촛불정부의 탄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레거시 미디어의 부정적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진보언론’이 ‘기계적 중립’을 벗어나 진보적 뉴미디어들과 함께 반윤석열 전선에 함께 서야 함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다. 그리고 2기 촛불정부 건설에 가장 앞장서야 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두편의 글이 이어진다. 민주당 의원 민병덕은 윤석열정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생파탄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수권정당으로서 민주당이 추구해야 할 비전과 전략을 밝힌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정책 제시와 민주당의 실행능력에 대한 신뢰 제고가 2기 촛불정부로 향하는 길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국혁신당 대변인 김보협은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을 공식화한 배경과 이를 위한 전략을 설명한다. 앞으로 ‘3년은너무길다 특별위원회’(별칭 탄핵추진위원회)가 윤석열정부의 조기종식을 위한 활동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요청한다.

논단ㆍ현장 --------------------------------------------------------------------------------------------

논단란에서 본지 명예편집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분단체제의 관점에서 보면 김정은 조선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국가간 관계로 규정한 것에 새삼 놀랄 일은 아니고 분단체제 극복이라는 방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특히 북의 새로운 노선이 분단체제 극복의 주요 방향으로 제시되어온 국가연합이라는 대전제를 수용할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면이 있으며, 핵심은 향후 국가와 국가의 관계를 기본으로 적대관계가 아닌 다른 관계를 추구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 K-담론을 모색한다’ 세번째 연속기획으로 ‘ K- 문학’의 자산과 전통 속에서 황석영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가 지닌 성취와 의의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백지연 문학평론가의 글을 소개한다. 한국 근대 산업노동자의 삶과 역사를 ‘민담적 리얼리즘’이라는 고유한 방식으로 포착한 이 소설이 ‘나라 만들기’의 변혁적 상상력을 통해 세계서사의 활로를 새롭게 개척하는 지점을 주목한다. 현장란에는 수많은 국가적 논란과 이슈들 속에서 조금은 묻혔던 10·29 이태원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과 현재의 주요 쟁점을 명료하게 설명한 이미현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의 글이 실린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속에서 유일하게 통과된 쟁점법안인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데 시민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대화] 의료공공성 확대는 1차 의료 강화에서부터 ------------------------------------------------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백영경의 사회로 의료 부문 일선에서 활동하는 김용진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공동대표,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 백재중 신천연합병원 명예원장이 참여한 대화는 현재 한국의 의료 현실을 진단하고 문제해결 방향을 논한다. 의대 증원 이슈로 시작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작 의료공공성 확대라는 핵심은 논의되지 않는 상황을 문제화하고, 1차 의료 강화를 그 주요 방향으로 제시한다.

창작: 시ㆍ소설 ----------------------------------------------------------------------------------------

창작란에는 권선희 김경미 마윤지 박상순 배시은 백무산 안도현 안태운 이기성 이대흠 이하윤 한재범 열두 시인의 감각적인 시편들과 함께 창비신인시인상 수상자 김진선의 시를 소개한다. 소설란에서는 김병운 김성중 박문영 신경숙 윤성희의 신작 단편, 그리고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자 문소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우리를 현실의 고통과 대면시키기도 하고 그 고통을 보듬어주기도 하는 다채로운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다정한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작가조명ㆍ문학평론ㆍ문학초점------------------------------------------------------------------------

이번호 작가조명은 9년 만에 소설집 『여기는 괜찮아요』를 선보인 소설가 전성태를 문학평론가 전기화가 만난다.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삶을 따듯하게 살피는 이 소설집의 미덕을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와 차분한 작품 분석을 결합시켜 소개한다. 문학평론란에서 시인 나희덕은 한국 현대시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고 신경림 시인의 70년 시력(詩歷)을 차분하게 정리한다. 신경림 시인의 평생을 ‘우는 자’ ‘떠도는 자’로 재조명하고 역사공동체에서 생명공동체로 나아간 시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시의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을 달랜다. 문학초점은 김수이 문학평론가가 차도하 이소연 이영광의 시집을, 남상욱 인천대 일본지역문화학과 교수가 김기태 소설집과 김이설 장편소설을, 권희철 문학평론가가 한영인 평론집을 각각 조명한다. 필자들의 시선이 이 계절에 주목할 작품들을 더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게 만드는 자극이 되어줄 것이다.

산문ㆍ촌평 --------------------------------------------------------------------------------------------

산문 연재 ‘내가 사는 곳’의 이번호 배경은 경기도 과천이다. 인류학 연구자 송준규는 ‘오래된 신도시’ 과천을 무대로 아파트촌의 불가피한 변화 속에서도 남아 있는 것과 남겨야 할 것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촌평란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본질을 근원적 차원에서 논하는 책, 한국사회의 민낯을 고발하는 노동자 75명의 수기, 재일조선인 이철의 옥중 기록을 포함해 돌봄, 불평등, 과학철학 등 여러 주제를 폭넓게 아우른다.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신간은 물론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책을 골고루 만날 수 있다.

문학상 발표 -------------------------------------------------------------------------------------------

제42회 신동엽문학상은 박세미 시집 『오늘 사회 발코니』, 김기태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 돌아갔다. 2024 창비신인문학상의 심사평과 수상자 김진선(시), 문소이(소설)의 수상소감도 실린다. 아울러 제39회 만해문학상의 최종심 대상작 목록과 심사평도 이어진다. 만해문학상 수상작은 본지 겨울호에 발표될 예정이다.

창작과비평 2024년 가을호(205호)

▶목차

책머리에

권력이 ‘통치’를 포기할 때 해야 할 일 / 이남주

특집_2기 촛불정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전지윤 / 미디어, 촛불에 찬물을 끼얹는가

민병덕 / 2기 촛불정부로 가는 길

김보협 / ‘제7공화국’을 향한 조국혁신당의 제언

권선희 / 다시, 7월 외

김경미 / 그러하다 외

마윤지 / 작고 낮은 풀꽂이 외

박상순 /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42년 뒤 외

배시은 / 건강하지 않아도 친절한 사람들 외

백무산 / 열광을 주입하지 마라 외

안도현 / 북촌 외

안태운 / 부리 외

이기성 / 식인의 세계 외

이대흠 / Z 외

이하윤 / 개조 외

한재범 / 저스틴이다 외

김진선 / 때맞춰 외 (창비신인시인상 수상작)

소설

김병운 / 만나고 나서 하는 생각

김성중 / 새로운 남편

박문영 / 그린 로드

신경숙 / 밤의 다섯번째 모서리

윤성희 / 여름엔 참외

문소이 / 마이 리틀 그리니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

논단

백낙청 / 한반도정세의 새 국면과 분단체제

백지연 / ‘나라 만들기’를 향한 서사적 도정: 황석영 『철도원 삼대』로 보는 ‘K-문학’의 현재 (K-담론을 모색한다 3)

대화

김용진 박건희 백영경 백재중 / 의료공공성 확대는 1차 의료 강화에서부터

작가조명

전성태 소설집 『여기는 괜찮아요』

전기화 / 끝내지 못한 시간을 껴안는 법

문학평론

나희덕 / 수많은 노래는 한 사람의 울음에서 시작되었다: 고(故) 신경림 시인을 추모하며

현장

이미현 / 이태원참사 특별법 통과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문학초점

김수이 / ‘살다’의 세가지 변주곡

남상욱 / ‘K’가 만들어가는 ‘보편’의 향방

권희철 / 모순 쪽으로 한걸음 더

산문

송준규 / 오래된 신도시에서 ‘고향’이란: 과천다움에 대하여 (내가 사는 곳 11)

촌평

황정아 / C. 더글러스 러미스 『래디컬 데모크라시』

천현우 / 6411의 목소리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조해진 / 이철 『장동일지』

권김현영 / 조돈문 『불평등 이데올로기』

지은숙 / 우에노 지즈코 『돌봄의 사회학』

소준철 / 탁장한 『서울의 심연』

이두갑 / 이언 해킹 『영혼 다시 쓰기』

윤영순 / 바실리 그로스만 『삶과 운명』

제42회 신동엽문학상 발표

2024 창비신인문학상 발표

제39회 만해문학상 최종심 대상작 발표

창비의 새책

독자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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