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상호방위조약은 ‘21세기 최악의 불평등 조약’
남북정상 간 합의 이행 중단은 쿼드 불참에 따른 미국의 보복 때문
군사동맹 폐기 선언 등 국면 전환으로 평등한 동맹관계 확립 필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발효된 지 67주년째다. 휴전협정이 맺어진 뒤 두 달여 만에 한국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고 1년 뒤 정식 동맹관계가 되었다. 한미동맹은 그동안 한반도에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하며 대한민국이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기여해 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00년 이후 현재까지 한미동맹의 경제적 가치가 최대 3000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한미 간 불평등한 동맹관계를 고착화시키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냉전시대의 예속적 한미관계를 벗어나 대등하고 합리적인 한미동맹,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동맹관계로 변화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미국이 자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대한민국은 이를 허락한다]에 따라 미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주권을 장악하며 대한민국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 조약 제6조는 어느 한 당사국이 상대 당사국에게 1년 전에 미리 폐기 통고하기 이전까지 무기한 유효하다고 돼 있다.
이 책의 저자 고승우 박사는 위 두 조항으로 미국이 한반도에서 슈퍼갑의 지위를 갖게 됐다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21세기 최악의 불평등 조약’으로 규정했다. 미일방위조약이나 미국과 필리핀의 방위협정과 비교해 봐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미일상호안보조약에서 미국은 일본의 육해공군 시설이나 지역을 활용할 수 있도록 양허를 받게 되어 있다. 미국-필리핀 방위협정의 경우 미군은 필리핀군의 기지 내에서만 주둔이 가능하고 영구 기지는 안 되며 필리핀 국내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고 핵무기 반입도 안 된다. 두 조약 모두 유효기간은 10년이며 어느 한 쪽이 조약 폐기를 통보할 경우 1년 후에 폐기된다. 당사자의 대등한 지위가 보장되고 있는 이들 조약과 달리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에서 대한민국이 자주권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승우 저자는 “한국이 세계 경제력 10위권, 군사력 6위권의 위상이라면 이제 제 목소리를 내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행복에 기여할 위치가 되었다. 한국이 한반도 당사자로서 동북아 평화를 창출할 큰 그림을 내놓는 등의 역할을 한다면 미국에게도 합리적인 동북아 정책을 내놓도록 만드는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자율성을 철저히 봉쇄하거나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일은 이제 바로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한미관계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정권의 자칭 진보인사들이 안보문제에 대해 과거 군사정권처럼 대외비를 유지하면서 민족의 사활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나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등에서 미국의 국익을 최대한 챙겨주는 언행만을 할 뿐이며 한반도와 동북아가 평화롭고 행복한 지역이 될 수 있는 전략 창출 노력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언제까지 미국의 손에 한반도가 쑥대밭이 될 운명으로 방치되어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미국의 위세에 눌려 지내는 불편한 상황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과도한 요구에 침묵하고 추종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도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미동맹의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노력과 조치를 제안한다. 미국과의 불평등한 군사동맹 폐기를 선언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이 참여하고 있는 쿼드(중국을 겨냥한 다자간 안보협의체)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통일의 청사진을 제시하시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책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통해 본 한미관계와 전시작전지휘권 전환 문제, 쿼드 추진과 한미관계,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한미관계 등에 대해서도 조망한다. 기울어진 한미동맹의 천칭을 바로 잡기 위한 저자의 거시적인 시각과 혁신적인 제안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