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에 관하여 / 나는 바보였고 내가 본 것이 나를 더 바보로 만들었다
Description:... 라파엘 알베르티의 시 세계가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보통 “그의 작품을 읽는 것은 마치 현대시의 발전 진화 단계를 연구하는 것과도 같다”고들 한다. 이 말은 아마도 그의 시가 다양한 시대적 조류에 발맞춰 왔으며 나아가 그 시대적 조류를 낳은 역사적 상황에 언제나 충실해 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알베르티가 속하는 27세대 시인들 대부분은 1920년대 초기 순수시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이후 1927년 공고라 300주기를 계기로 27세대라는 이름을 얻게 되면서 전위주의 시대를 거쳐 1926∼1936년에 이르는 초현실주의의 시기, 이후 혁명시, 사회시로 이동해 간다. 알베르티도 스페인이 내전의 위기로 치닫게 되는 1930년을 기점으로 해서 전형적인 사회 참여 시인으로, 또한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로 탈바꿈하게 된다.
알베르티가 시작(詩作) 활동을 시작하는 1920년대의 스페인은 극도의 혼란 끝에 결국 군사 독재하에 들어가게 되는 암울한 시기였다. 사실상 초현실주의가 발생한 이 시기의 스페인은 프리모 데 리베라 장군의 독재에 대항한 투쟁과 프리모 장군의 실각, 왕정복고와 폐지, 그리고 공화정의 선포로 점철되는 극도의 혼란기였으며 결국 내전이 발발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시기, 1927년부터 1929년 사이에 알베르티는 ≪천사에 관하여(Sobre los ?ngeles)≫를 쓰고 출판했으며 1929년에 여러 잡지들에 발표했던 시들을 하나로 묶어 이후 ≪나는 바보였고 내가 본 것이 나를 더 바보로 만들었다(Yo era tonto y lo que he visto me ha hecho dos tontos)≫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출간하게 된다.
≪천사에 관하여≫는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920년대 말 스페인의 정치 경제적 불안과 개인적인 위기 속에서 시인은 고통과 절망의 탈출구로 종교적 희망을 선택한다. 수록된 모든 시들은 무의식의 늪으로부터 충동적으로 등장하며 어떠한 질서나 체계에도 속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일관성 없이 난해해 상징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계시는 사실 구세주의 모든 우주에 대한 계획을 담고 있다.
≪나는 바보였고 내가 본 것이 나를 더 바보로 만들었다≫는 알베르티가 사랑했던 희극 배우들에 대한 일종의 경의의 표현이다. 영화 팬이었던 그는 희극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을 인정하고 사랑했으며 모든 시의 제목에 희극 배우들의 이름을 등장시켰다. 알베르티는 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한편 스크린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었던 그들 개성의 표현 방식, 곧 배우들에게 목소리를 돌려줌으로써 이들이 자신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칼데론 데 라 바르카의 희곡 <바람의 딸>의 한 구절 “나는 바보였네/ 또 내가 본 것이 나를 더 바보로 만들었네/ 내 길이 옳았는지 나는 알 수 없네”에서 제목을 따온 이 시선집은 시인이 그간의 자신의 활동과 행동 양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가장 잘 축약한 말인 동시에 서정시와 풍자시 사이의 새로운 형식을 개발해 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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