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유물과 사라진 친구…… 국보를 둘러싼 비밀, 수학으로 밝혀라!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토요일의 심리 클럽』, 『식탁 위의 세계사』를 잇는 2013년 창비청소년도서상 수상작 『세한도의 수수께끼』가 출간되었다. 돌연히 실종된 친구와 없어진 유물들을 찾기 위한 여중생 진주와 수학 교사 윤기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수학, 역사, 미술을 넘나드는 지식들이 드러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주의 추사관 등을 오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조선의 사회상을 비롯해 문화유산들에 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얻게 되며,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는 서양보다 훨씬 앞서 있던 동양 수학의 실체도 알게 된다.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 「세한도」의 마지막 비밀을 동양 수학으로 풀어내는 장면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세한도의 수수께끼』는 지식의 전달만을 목적으로 하는 딱딱한 청소년 정보서들과 달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리 소설의 형식 속에 고미술과 수학, 역사까지 녹여 낸 새로운 개념의 교양서이다.
소설 형식을 빌린 이 작품은,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에 보물의 비밀이 담겨 있다는 모티프를 중심으로 내용이 펼쳐진다. 「세한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을 해결해 가면서, 그림 속에 숨겨져 있는 수학적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는 식으로 전개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구성 틀에 역사와 수학, 미술을 넘나드는 지식을 잘 엮어 내었다. ―김주환 박상률 안광복 한기호(심사평 중에서)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 속에 녹여 낸 다양한 지식
이 책의 주인공 진주는 중학생이고, 윤기는 그 학교의 수학 교사다. 호기심 강한 진주는 윤기의 실종된 친구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 동행하여 전국을 오가며 다양한 문화유산을 접한다. 이러한 여정에서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도(度)는 길이를, 량(量)은 부피를, 형(衡)은 무게를 뜻하는 한자거든. 그러니까 도량형 제도는 지금 쓰는 미터, 리터, 킬로그램 같은 단위의 기준을 정하는 거야. 만약 자나 저울이 부정확하고, 쓰는 곳이나 사람마다 제각각이면 얼마나 혼란스럽겠니?”
“그렇구나, 시장에서 사람들이 싸울 것 같긴 해요.”
―본문(45면) 중에서
이처럼 역사, 수학, 미술 등을 종횡무진으로 넘나드는 정보들은 이야기 속에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중요한 단서로 등장한다. 그렇기에 청소년 독자들은 진주와 함께 궁금증을 풀면서 자연스럽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진주와 윤기가 주고받는 대화에서도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93번지는 어떻게 아신 거예요?”
“지수귀문도에서 각 육각형의 꼭짓점에 들어가는 숫자들의 합이 93이거든. 가압장 번지수와 9차 마방진의 한 행에 들어가는 숫자의 합이 같아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 육각형은 귀동뿐 아니라 지수귀문도에 들어가는 숫자들의 합도 의미하는 거였어.” ―본문(151면) 중에서
또한 이야기 속에 미처 담지 못한 정보들은 한 부가 끝날 때마다 ‘나윤기 샘의 못다 한 이야기’라는 코너에서 다루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교과서가 가르쳐 주지 않는 지식의 향연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는 한 권에 방대한 지식을 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빠지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다. 『세한도의 수수께끼』는 이런 지식의 빈자리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채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보다 수백 년 앞섰던 구고현의 정리, 신비로운 수의 배열인 마방진 등 우리가 몰랐던 동양 수학은 물론, 「세한도」와 중화척, 유재 현판 등 다양한 유물에 숨은 일화와 그 의미도 들려준다.
미술과 수학의 만남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추리 소설 안에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미술과 수학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교과서를 넘어서는 교양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세한도의 수수께끼』는 새로운 청소년 교양서의 출현을 선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hangbi Publis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