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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한국 의료의 혁신가들

Description:...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우리나라 의료가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인가

한국 의료의 최고 혁신가들에게 한국 의료의 미래를 물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20주년 특별기획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단독 인터뷰 수록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의료가 가야 할 미래를 전망하다!

이 책에 수록된 한국 의료의 최고 혁신가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준욱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장

이호왕 대한바이러스학회 명예회장

이승규 전 아산의료원 원장

노성훈 전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장

김남규 아시아태평양대장암학회 초대 회장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초대 암병원장

노동영 전 서울대병원 암병원장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석좌교수

권순억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

이강현 전 한국항공응급의료협회 회장

현수엽 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허윤정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소장

이순영 한국역학회 회장

이원영 광명시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장


이 책은 KBS <생로병사의 비밀> 방송 20주년을 기념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감염병 방역과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 암 치료, 2위인 심뇌혈관질환 치료 분야에서 한국 의료의 혁신을 이끈 분들 중 15명의 의료 혁신가들과 대담한 인터뷰집입니다.

성공적으로 K-방역을 이끌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준욱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장, 한탄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노벨생리의학상 후보에 오르고 있는 이호왕 교수, 세계적인 간이식 수술의인 이승규 교수 등 한국을 대표할 만한 의료인들을 인터뷰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이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가는 현시점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즉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우리나라 의료가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모습에 관해 물었습니다. 이 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의료 현장에서 혁신을 일으켜온 혁신가들의 정성스러운 대답은, 우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성을 지키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하나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1장에서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맞서 싸운 인류의 대응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 유행하면, 초기 방역을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고, 동시에 연구를 진행하여 중장기적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합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조사한 ‘국가별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와 사망자 수(100만 명당) 추이’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보다 우리나라의 수치가 현저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와 비슷한 의료체계와 수준을 가진 일본보다도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의 비율이 낮습니다.

이런 차이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기억에도 생생한 2015년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입니다. 메르스 유행 때에는 결국 방역에 실패했지만, 역설적으로 이 실패가 코로나19 방역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메르스 방역 실패 후, 신종 감염병 발생 상황을 가정하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대책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방역 초기, 예전에는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던 ‘역학조사’, ‘역학조사관’이라는 단어가 하루에도 몇 번씩 귀에 들려왔고, 감염병의 대유행에 당황하던 국민은 역학조사관들의 조사 내용을 들으며 감염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힌트를 얻기도 했습니다. 역학조사관들이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방역 당국이 오래전부터 역학조사관들을 교육, 양성하여 현장에 적절히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K-방역이라 불리는 혁신의 중심에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과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중앙방역대책제2부본부장)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메르스 방역 실패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그 경험을 살려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 방역 정책을 펼쳤습니다. 더 나아가 독자적 국산 백신 개발을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외에도, 지금까지 인간은 바이러스의 공격을 여러 차례 당했습니다.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에 참여한 유엔군 병사들을 엄습하여, 3,000여 명의 환자를 발생시켰던 ‘한국형 출혈열’이라는 질병이 있었습니다. 당시 세계 의학계의 관심이 이 질병에 집중되었고, 수많은 학자가 이 질병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했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 후 의학계의 숙제로 남아 있었던 이 유행성출혈열의 원인 병원체를 밝혀내는 데 성공한 사람은 바로 우리나라의 이호왕 박사였습니다. 이호왕 박사는 1976년 이 병원체를 ‘한탄바이러스’라 명명하고 백신까지 개발하여, 인류를 유행성출혈열의 공포로부터 해방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바이러스 연구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이호왕 박사의 연구 이후 감염병 연구자들이 많이 양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어도, 언젠가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인류를 공격할 것입니다. 그 공격에 대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그리고 이호왕 대한바이러스학회 명예회장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은 바이러스 감염병 방역 체계를 확립하는 것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질병 자체에 관한 연구 역량을 더욱더 강화하여 우리나라가 자력으로 신속하게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2장에서는 우리나라 암 치료의 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의료시스템을 한국형 의료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불굴의 의지를 지닌 선구자들 덕분입니다. 제대로 된 연구실도 없어서 의학적 연구가 거의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미국의 교육 원조를 받아가며, 우리나라의 의료 선구자들은 암 치료의 역사를 한 장 한 장 새로 썼습니다. 암으로 목숨을 잃는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 싶다는 강한 투지는 다음 세대로 이어졌습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수술 후 사망률 0%를 추구하는 이승규 교수, 자신이 암에 걸린 후 환자들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노성훈 교수, 암 환자를 구할 수 있다면 아무리 어린 후배의 의견이라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김남규 교수,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일이 암 치료의 기초를 탄탄하게 만들어줄 수 있음을 역설한 심영목 교수, 암 환자를 살리는 데에서 머무르지 않고, 암 환자들과 평생 동행하는 삶을 살아온 노동영 교수. 이들은 우리나라 암 치료 분야에서 성취를 이끈 혁신의 주인공들입니다.

노동영 교수의 좌우명은 ‘Deserve then Desire’입니다. ‘갖춘 후에 바라자’라는 뜻입니다. 암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고 나서, 환자가 완전히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마음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노동영 교수는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은 환자를 가끔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 환자들은 의사인 나를 원망하기는커녕, 오히려 고마워하며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 마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때 노동영 교수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암 환자들이 게시판에 올린 사소한 질문에도 성실히 대답하고, 암 예방 운동을 펼치면서, 환자들의 마음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동고동락해온 시간이 모두 담긴 눈물이었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필자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암 치료의 혁신은 환자들의 마음에 다가가 그 마음에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라는 것입니다. 한국 의료의 혁신가들은 의학 교과서에 적혀 있는 암 치료법을 존중하면서도, 거기에 멈춰 있지 않았습니다. 암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이 없는지 끊임없이 생각했습니다. 암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연구의 결과, 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었고, 이는 혁신으로 이어졌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나라 의료 현장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겁니다. 수술 중 암세포의 이동을 막는 수술법 확립,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암을 전환 수술 방법으로 제거하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비대면 다학제 진료의 제도화, 암 치료용 신약 개발 인프라 구축,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암 진단 장비 개발 등 수많은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암 치료의 혁신가들은 이 과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갈 것입니다.

3장에서는 우리나라 심뇌혈관질환 치료에서 어떤 혁신이 이루어져 왔는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 

박승정 교수는 좌관동맥 주간부라는 심혈관 부위 치료는 외과적 수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기존 학설을 뒤엎고, 스텐트로 대체하여 시술할 수 있음을 증명해냈습니다. 이는 세계 의학 교과서의 진료 지침을 바꾸는 쾌거였습니다. 우리나라 의술이 기술적으로 훌륭하다는 평가는 이미 받고 있었으나, 박승정 교수의 임상 연구는 우리나라 의학 연구자들이 세계 의학계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실력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급성 심뇌혈관질환 치료의 핵심은 시간입니다. 얼마나 빨리 응급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에 환자의 생사가 달려 있습니다. 즉, 응급의료 시스템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느 한 의사나 병원의 실력이 좋다고 해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뇌졸중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권순억 교수는 뇌졸중 전문치료실 도입을 추진하였고, 심뇌혈관질환 환자와 중증외상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는 것이 안타까워 이강현 교수는 닥터헬기 도입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닥터헬기의 혜택을 의료 취약 지역의 환자들도 받을 수 있도록 현수엽 보건복지부 과장은 닥터헬기의 전국 확대와 권역외상센터 설치를 정부 정책으로 추진했고, 응급의료시스템을 실현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금 법 개정을 위해 허윤정 당시 국회 보건복지 수석 전문위원은 국회를 종횡무진 뛰어다녔습니다.

서서히 진행되는 암이나 만성질환 환자라면 자신이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대도시의 병원을 찾아가도 됩니다. 환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급성 심뇌혈관질환 환자는 스스로 병원에 찾아가기가 어렵고, 쓰러지고 난 후에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1분 1초라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목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따라서 수준 높은 심뇌혈관질환 치료를 전국 각 지역에서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혁신으로 이어집니다. 신속한 환자 이송, 적절한 응급처치, 전문적인 심뇌혈관 치료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심뇌혈관질환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심뇌혈관질환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간병원과 의사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심장내과(순환기내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의 혁신적인 치료를 모든 심뇌혈관질환 환자들이 받을 수 있도록, 도서·산간 지역을 막론하고 전국 어디에서나 밤낮 가리지 않고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정부에서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닥터헬기 확충과 야간 운행, 뇌졸중 특화 응급 이송 시스템 개발, 뇌졸중 전문치료실의 전국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또 심뇌혈관질환의 혁신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허윤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로 건강보험 재정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보수적 국가주의와 시장자유주의가 결합하여 혼합적 성격을 띠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지금까지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앞으로는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재원이 고갈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허윤정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소장은 공보험과 사보험이 연계되는 방식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시급히 논의해야 할 주제 중 하나입니다.

이순영 교수와 이원영 교수가 경기도 광명시에서 10년 넘게 실시하고 있는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 모델은 민관이 협력하는 풀뿌리 차원의 보건의료 모델입니다. 이 광명시 모델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중증 심뇌혈관질환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진행되기 전에 고혈압·당뇨병 단계에서 병세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비 지출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 취재하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이 혁신적인 사업들이 국내 일부 지역에서만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보건소와 민간병원이 협력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이런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된다면 그 혜택은 우리 국민이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는 공공 의료체계라고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지역을 기반으로 공공과 민간병원이 협력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한 중증 심뇌혈관질환 증가라는 폭풍우를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개발도상국은 물론이고, 선진국조차 엄청난 인명 피해와 산업적 손실을 보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의료진과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였고, 우리나라는 피해를 최소화한 나라 중 하나로 부상했습니다. 코

로나19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건강과 의료의 중요성을 절감하였고, 한국 의료는 우리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주는 등대가 되었습니다.

한국 의료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요? 자신들의 시간을 아낌없이 희생한 의사들의 헌신, 의학 체계를 만든 거인의 어깨 위에서 바라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던 연구자의 노력, 재원이 적다고 불평하며 포기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사람들의 현실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한국 의료가 지금까지 성취했던 혁신과 그 혁신을 이루어낸 주인공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자료로서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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