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운 수필선집
Description:... 김소운의 문학에는 ‘세계’를 상실한 존재 특유의 떠돌이 의식이 깔려 있다. 이는 어린 나이에 고향과 조국을 떠나 현해탄을 건너야 했던, 생애의 절반 가까이를 한국과 일본을 왕래하면서 살아야 했던, 그러면서도 두 나라 모두에서 뿌리내리는 데 실패하고 그 ‘사이’에서 살아야 했던 삶의 궤적에서 기원한다. 김소운의 이러한 삶의 궤적은 그 자신의 선택에 따른 개인사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일제의 조선 침략으로 시작해 광복, 한국전쟁, 이승만과 박정희로 연결되는 폭압적인 국가권력의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 없이는 이해될 수 없다. 식민지?해방?전쟁?독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질곡 속에서 글을 썼던 문학인의 대다수가 그러했듯이 김소운 또한 불행한 역사의 흐름에 결박된 채 글쓰기를 이어 갔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공부한 유학생들과 달리 김소운에게 일본은 학업을 이어 나가야 했던 학습의 공간인 동시에 생계와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노동과 생활의 세계였다. ‘책’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과 다양한 직업 경험이 없었다면 김소운의 출중한 일본어 실력과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즉 한국문학사에서 일본어에 능통한 것으로 손꼽히는 그의 일본어 실력은 지독한 독서와 생존을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김소운은 한국과 일본의 문학을 이어 주는, 각 나라에 상대국의 문학을 소개하는 유력한 전신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김소운은 수필과 여타의 문학 장르와의 차이를 “남을 의식하기 전에 먼저 ‘나’라는 자신의 심상에 조준을 맞추는 것?남이 대상이 아니고 자아의 관조를 주목적으로 삼는 문필 작업”으로 규정한다. 요컨대 수필 또한 문학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을 타인, 즉 독자에게 전달하는 타자 지향의 글쓰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필의 특이성은 “자아의 관조”가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나’와의 거리가 매우 가까울 수밖에 없는 수필에는 ‘자기 선전’, ‘자기 변호’, 또는 “어떤 이득을 계산에 넣은 완곡한 포석”이 개입하면 글의 품위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수필에 대한 김소운의 생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스한 사랑의 체온”만이 좋은 수필을 낳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수필을 “사랑이란 밑거름 없이는 피어나지 않는 꽃”이라고 썼다. 그런데 김소운은 ‘사랑’을 “마음속 깊은 곳에 깔려 있는 인간 본연의 애정”이라고 설명하면서 그것을 “인도주의적인 인인애(隣人愛)나 구세군이 내세우는 종교적인 사랑”과 구분한다. 그렇다면 전자와 후자의 ‘사랑’은 어떻게 다를까? 김소운이 전자의 사랑에서 강조하는 바는 “마음속 깊은 곳에 깔려 있는 인간 본연의 애정”이다. 요컨대 그것은 맹자의 도덕론처럼 인간의 본성에서 기원하는 사랑이다. 반면 후자의 ‘사랑’은 의식의 차원, 즉 종교적인 초월적 가치이거나 인도주의 같은 이념적 가치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김소운에게 있어서 수필이 기반하고 ‘사랑’은 의식 이전의 세계에 속하는 본질적인 어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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