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술수과학과 문명 (한국의 과학과 문명 030)
Description:... ‘술수과학(術數科學)’이라는 말은 과연 가능한가? ‘술수과학’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모순적인 말처럼 들릴 수가 있다. ‘술수’와 관련된 지식들은 통상 비과학적인 것으로만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술수의 지식들은 일종의 과학적 지식이면서 동시에 비과학적 지식이기도 한 것들이다. 술수의 지식들은 과학적 지식들의 기원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원시시대 이래 한국과 동아시아 사회에서 줄곧 존재해왔으며, 국가와 왕실, 민중들의 일상과 의례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 책은 ‘술수과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근대 이후 확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과학’과 ‘비과학’의 이분법적 구분을 해소하고자 한다. 술수와 과학, 혹은 과학과 비과학의 뚜렷한 이분법적 구분을 해소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러한 구분이 근대 이전의 한국과 동아시아 사회의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전근대 한국과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과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수학이나 천문학, 지리학 등과 같은 자연세계에 대한 학문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별도로 지칭되지도 않았다. 과학적인 것과 비과학적인 것이 여러 지식 분야에서 하나의 형태로 융합되어 존재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술수, 혹은 술수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근대과학과 유사한 지식들에만 주목하는 것은 과학과 구분되지 않은 채로 존재해왔던 술수적인 지식들과 문화들을 역사 서술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 책은 한국 ‘술수’의 역사를 ‘술수과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정리함으로써 전근대 시기 한국과 동아시아 사회에 존재하였던 자연세계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 활동들을 올바로 바라보고 이해하게 만드는 하나의 토대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국사와 동아시아사와 관련된 수많은 문헌들에 남아 있는 술수문화의 풍부한 흔적들을 역사의 장 속으로 불러들이고 포함시키는 새로운 역사 서술의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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