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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블링 트리 - 신장현 소설집

Description:... 사랑도 환상이다! 물질에 파묻혀 실존을 잃어버린 우리의 슬픔을 주목하라 『강남 개그』(2005), 『돼지감자들』(2011)을 통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교묘히 아우르며 자본주의 이면에 대한 성찰을 견지해온 작가, 신장현의 세 번째 단편소설집 『덤블링 트리』가 출간되었다. 재기발랄함과 톡톡 튀는 발상을 내세운 내러티브이기보다 오히려 평범함과 익숙함으로, 읽는 이의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의 펜 끝은 현실 고단함의 문제인 “잉여향락”의 실상을 눅진하게 그려냈다. 작품 곳곳에서 등장하는 홍콩, 라스베이거스, 몽마르트르 등의 지명은 무뎌져버린 일상에서 탈주한 현대인의 새로운 관능의 공간으로 그려져, 내성화된 사랑 이면의 또 다른 고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장현은 자본사회에서 욕망을 위해 “잉여향락”(?해설?)의 주체가 되어버린 인간은 결국 ‘자연-고향’을 훼손하는 “세계 타락”의 결과를 빚고, 역으로 스스로 피폐해져간다는 것을 그만의 집요한 필체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데굴데굴 사막을 구르며 물을 찾아나서는 ‘덤블링 트리’ 안달복달 세상을 떠돌며 행복을 찾아나서는 ‘우리’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모두 평범하게 일상을 지내면서도 삶의 갈증을 느낀다. 표제작 「덤블링 트리?에서 처남과 그의 딸인 세라는 세상이 주는 시련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타향살이를 하는 처남은 경제난으로 허덕이고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며 자신 또한 암으로 투병한 적이 있다. 또 세라는 10대의 나이에 슬럼가에서 만난 어떤 흑인의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갖가지 사연이 넘쳐나는 바쁜 세상은 누군가의 고통을 살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나름의 행복을 찾는다. 노모는 쇼핑에, 처남은 도박에, 그의 처는 종교에, 세라는 잠깐의 즐거움에 자신을 맡겨본다. “부나비”처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찾는 이들 역시 각자 저마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진통제’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진짜’는 숨어버리고, 진짜를 위장한 ‘가짜’와 ‘환상’이 사막의 모래알처럼 넘쳐나는 자본주의 세계이다. 비물질적인 가치마저 물질로 환원되고, 전염병처럼 퍼지는 무차별적인 상품화로 재화는 과잉 공급되어 거대한 자본의 사구를 만든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고유한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고 화폐 가치로만 평가되는 삶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애타는 갈증처럼 고통스럽고 척박하기만 하다. 물이 있는 곳을 찾아 온 사막을 굴러다니는 식물, ‘덤블링 트리’는 이 소설집을 대표하는 핵심적인 상징물이다. 작가는 건초더미의 모습으로 죽음의 냄새를 풍기며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덤블링 트리’를 통해 자본주의 세계에서 떠돌고 있는 우리의 삶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지금부터 인스턴트 사랑을 시작합니다 표제작 외의 다른 작품에서도 고통을 떨쳐보려는 사람들의 유랑은 계속된다. 「고인돌의 부름」의 장 박사가 유괴당한 아들이 죽지 않았다고 굳게 믿으며 아이를 찾아나서는 것, 「조롱박 키우기」의 주인공이 일상의 문제를 잊기 위해 게임에 접속하고 U에게 구원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모두 삶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이렇게 이들은 삶의 결핍을 무엇으로라도 채우려고 하지만 결국 마음의 빈자리는 조금도 채워지지 않는다. 이미지와 외면의 단서로 타인을 평가하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어떤 것이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 잃어버리고 환상에 취해있다. 그러나 영화 에서 사이버 세상이 탈출해야 할 대상이듯, 환상과 이미지로 가득한 삶은 실재가 아니기에 진정한 만족을 줄 수 없다. 그러나 “오늘의 자신이란 결국 누군가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삶에서 벗어나 ‘진짜’를 찾으려고 해도, “가짜와 진짜, 환상과 현실이 뒤범벅된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범람의 시대에 ‘진짜’는 더욱 찾기 힘든 것이 되어버렸다. 「고인돌의 부름?에서 “뜻밖에도 문제는 고인돌을 찾기 힘든 게 아니라 너무 많다는 사실에 있었다”는 고백과, 「덤블링 트리?에서 주인공이 아내와 연인의 속내를 도저히 알 수 없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짜’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은 ‘가짜로 인한 결핍’을 다시 ‘가짜’로 채우려든다. 결핍의 고통을 마취시키기 위해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이미지를 가진 상대를 찾아 인스턴트 같은 가볍고 쉬운 사랑을 하는 것이다. 「비 올 바람」과 「조롱박 키우기」의 남자 주인공은 모두 기혼자이지만 자신을 사랑해줄 상대를 찾으려 애쓴다. 「또 다른 섬으로」의 J학장이나 「시크릿 가든」의 후작 부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 사랑이 진짜라고 스스로를 설득해도, 그들은 서로에게 이미지로 만들어진 존재일 뿐 실재가 될 수 없다. 「또 다른 섬으로」의 인서가 J학장과 민화자의 호감에도 불구하고 혼자가 되는 것을 선택했듯, 마지막에 모두는 예언된 이별의 길을 걷고 다시 자본의 사막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어딘가에서 다시 인스턴트 사랑을 시작한다. 언젠가는 오아시스를 만날 것을 꿈꾸며, 당장은 생존을 위해 약간의 물에라도 필사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덤블링 트리’처럼. 또 그 물이 떨어지고 나면, 바싹 마른 자신의 몸뚱이를 거친 모래 위에 굴리며 황량한 사막을 유랑하듯 삶의 구원을 찾을 것이다. 사랑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빈자리, 무엇으로 채울 수 있는가……. 신장현은 이 같은 탄식 어린 질문을 품고 이미 내성화된 사랑 이면의 고독을 군말 없이 무덤덤하게 응시한다. 문학평론가 전성욱은 신장현의 작품에 대해 “잃어버린 본원에 대한 그리움”(「해설」)과 “세계의 타락에 대한 복원의 염원”이 짙게 밴 점에 주목하며 그의 소설이 세계의 타락을 가져오는 ‘결핍’을 보충하는 일을 해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바람결을 따라 무더기무더기 건초더미가 뒹굴기 시작했다. 처남의 눈길은 그 무더기들로 내 시선을 끌었다. 꼭 그렇게 느껴졌다. 그 둥근 건초더미가 식물이란 사실은 훨씬 뒤에 알게 된 일이다. 이리저리 떠돌다가 물기가 있는 곳에서 뿌리를 내렸다가, 생육조건이 맞지 않으면 또 바람을 따라 유랑의 길을 떠나는 무리들. _「덤블링 트리」 중에서 껍데기만 갖고 위용을 자랑하는 고인돌이 무슨 영험이 있을까. 가짜와 진짜, 상상과 현실이 뒤범벅된 세상에서. 그렇다! 나는 가짜를 더 많이 보아왔으며 망상의 늪에 허우적거렸으며 이제 오랜만에 진짜 고인돌을 보고 있다. 그러나 그 고인돌은 너무 무력하게, 아니 박제된 짐승의 아가리처럼 아무런 말이 없다. 누가 그 속에 어린 영혼이 잠들었으리라 상상했을까. 악귀들이 깝신거리는 세상이다. 어디로 숨어야 할지, 어디로 쫓기는지 모르는 운명이다. 나는 머리를 맞대고 흐느끼고 있는 장 박사 부부를 무연이 바라보며, 저들이 이제 흰 바람벽 속에 채워질 존재들이라 단정했다. _「고인돌의 부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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