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 스펜서의 인생은, 갑작스레 나타난 고아 소년 라울 모로네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숙부인 스펜서 백작이 거두어 키운 아름답고 총명한 소년 라울.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라울의 모습이 전부 거짓이요, 가식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미아 뿐이다.
라울이 단지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훼방을 놓아서 미워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바닷가에서 의문사한 미아의 약혼자 네이선.
오직 미아만이, 네이선을 죽인 진범이 라울이라 확신했기에.
어느 날, 스펜서 백작은 미아에게 라울과 결혼해야만 유산을 상속하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선택권 따위 없던 미아는 억지로 라울과 혼인한다.
사람들은 라울이 완벽한 남편이라 칭송하지만, 어떻게든 그와 이혼하고 재산을 되찾을 방법을 찾아 헤매는 미아.
그런 미아의 앞에, 죽은 약혼자의 동생 블레이크가 나타나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는데…
* * *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한 믿음.
미아 스펜서와 라울 모로네의 뿌리 깊은 악연은 혼배성사보다도 강력한 힘으로 서로를 얽매고 있었다.
오해와 분노, 경쟁과 욕망. 그래, 미아는 절대 라울을 배신하지 못할 것이다.
그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그를 원망해서.
‘사랑은 싸구려지.’
돈이 사라지면 애정도 빛이 바래니까. 달콤한 말은 아무 의미도 없어지니까. 구질구질한 증오로 변하니까.
아, 사랑! 그 지긋지긋한 단어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하지만 스펜서가는 달라.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절대 잃을 수도 없고.’
그래서 라울은 미아에게 구애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절대로 포기하지 못할 것들을 빼앗았다.
‘내게는 평생 너뿐이겠지, 미아 스펜서.’